암과 싸우지 마라
곤도 마코토 지음, 장경환 옮김 / 나남출판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사립학교가 80%를 점유하는 고등교육시장과 고액의 저질 교육을 강매하는 대학교육.평준화와 국립화라는 해법을 외면하는 교육 상황에 순응해야하는 것이 억울했다.

흙의 침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나 무경운 농법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지 않고 무분별한 화학비료 사용으로 흙의 힘을 뺐는 농업이 무한 지속되는 것이 두려웠다.

동물이 식품과 동의어가 되는 육류시장과 동물 사육과정에서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등의 약품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며 식탁에 오르는 고기가 살아있을 때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생각하기조차 싫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빈부격차가 극대화되고,식량이 무기가 되고, 생명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이것들보다 의학 산업. 이제 이것이 가장 끔찍하다.

죽음을 앞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만큼 쉬운 것이 있을까.

 

암은 수백 년 전부터 인간의 몸에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망한 후 해부해 보면 종종 발견되곤 했던 잠복암은 생전에는 아무런 증상을 발현시키지 않으며, 전립선의 경우는 40%,갑상선암의 경우는 10%의 빈도로 발견된다.

이런 암을 저자는 가짜암이라고 부르는데 암의 가장 확실한 특징인 전이능력이 없고 증상도 없어 정기 검진등으로 우연히 발견되기 때문이다. 조기암 진단을 받고 방치하였는데 10년 후 재검진하니 여전히 조기암이더라는 사례도 있다.암 수술후 완치하여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이들은 그냥 두어도 상관없는 가짜암을 제거한 경우로 현재 의학에서 암 완치란 불가능하다고 한다. (단,항암제가 유효한 암도 있다.전체 암의 10%에 해당하는 급성 백혈병.악성림프종.고환종양,자궁융모종양,소아암등)

 

이런 가짜암들이 조기검진이나 정기검진을 통해 발각되어 수술- 항암제 -부작용 -사망의 수순을 밟게함으로서 두려운 존재로 바뀐다. 이는 오로지 발견해낼 수 있을만큼 의학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으로 현재는 1-2cm 크기의  암을 발견해 낼 수 있지만 앞으로 거침없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더 작은 크기의 병소도 색출해낼 것이다. 그러면 암환자 예비군의 수도 증가할 것이고 조기암 발견률도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암이란 일정 크기로 자란 후에 전이된다고 알고 있지만 저자의 추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이 능력이 있는 진짜암이라면 0.1mm에도 1000개의 암세포를 포함하고 있으며 원발병소가 생긴 후 혈관을 타고 바로 다른 장기로 전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기 발견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진짜암이라면 이미 전이될대로 전이된 상태이므로.

(자궁경부암은 1~4기 모두 방사선 치료 대상이며 전립선암은 진행도와 상관 없이 수술이 필요없다고 한다.)

 

조기발견률은 높아지지만 사망률에는 변화가 없다? 이건 무슨의미일까.

수술이나 항암제치료가 무효하다는 뜻이다. 의미없는 조기발견으로인해 남은 생을 항암제 부작용으로 고통받다가 사망.이것이 현재 암치료의 기본 써클이다.

하지만 저자를 믿고 항암치료나 수술을 거부한 150여 명의 환자들은 마지막날까지 명료한 정신으로 일상적인 생활을 했고, 임종 직전에 가서야 기력이 쇠하여 마른 나무에 나뭇잎 떨어지듯 자연스럽고 평온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우리는 학교의학이 제시하는 표준 암치료방법만을 집요하게 강요받았으나 이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 알았다. 선택은 의사가 아니라 각자 자신의 머리로 해야할 것이다. 암치료 시장은 글로벌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암예방과 암연구에대한 정보 공유는 없다. 후자가 훨씬 경제적인 방법이지만 전자에만 돈을 쏟아 붓는 근거는 명백하다. 반인간적인 자본의 논리. 

내가 좀더 일찍 이 책을 봤다면 내 아버지를 항암제 부작용의 나락으로 떨어뜨리지는 않았을텐데... 원통하고 원통하다.

 

'건강의 배신'이라는 저자의 다른 책을 통해 의료 방사선 피폭의 위험성을 알게 된후 병원에 가게 됐다. 난 의사의 얼굴도 못본 상태인데 일단 X 레이부터 찍자는 말에 뒷목이 쭈삣했다. (지금 도망쳐야 되나? ) 거부의사를 표시했더니 이젠 작은 폴라로이드 사진기 같은 걸로 (아마도 방사선 기기로 짐작됨) 또 찍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내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더니 의사왈 여기 직원들 하루에 몇장씩 찍어도 아무 문제 없지만 못믿겠다면 할수 없지..라는 무식한 말을 한다. 헐~ 그뒤의 행태가 더 가관이다. 내가 내 병력을 얘기하려고 했더니 '다른 의사들이 말한 것 다 필요없고' 딱 이렇게 말했다. 저자가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와야 한다는 소통을 거부하는 의사들. 난 일어서서 그 병원을 나왔다. 정말 끔찍하고 아찔한 경험이었다. 용기가 없었으면 거금을 들이고 그 의사에게 처치를 받았을 것이다. 다음엔 이번보다 당당하게 거부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리라.

 

저자는 40년 경력의 의사로, 1980년대 중반, 당시 구미에선 15년전에 폐기처분된 할스테드수술법(유방절제술로 유방을 도려내는 방법)이 일본에선 일차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현실에 경악하고 의학계에서 매장 당할 것을 각오하고 정보를 공개했다. 의학계의 질시와 사회적 파장은 컸지만  유방온존요법의 보급으로 여성의 가슴을 지킬 수 있었다. 그후로도 의료정보 공개에 앞장서고 있으며 암치료에 관한 정보를 일반인이 알기 쉽게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에 기쿠치칸상을 수상했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란 책은 의료 전반에대한 경각심을 주는 반면 암과 싸우지 마라 이론적인 설명이 충분해서 더욱 설득력있었다.

 

1990년대 MMR(홍역 볼거리 풍진)접종이 자폐증의 위험도를 상승시킨다는 결과로 신문사설에서도 토론이 벌어졌고,당시 예방접종에 비판적이었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부인이 막내 아이의 예방접종을 거부하자 의학계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으며, 또한 독일에서는 수두에 대한 의무접종이 실행되지 않고 있으며 개발도상 국가에서는 WHO가 수은을 여전히 방부제로 권장한다는 내용이 담긴 <질병예찬>도 매우 흥미롭다. 질병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질에 속하며 질병은 평형을 이루려는 육체의 시도라는 접근이다.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의료행태도 언급된다. 번역이 좀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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