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 보리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대부분의 사람이 쓰지 않는 두뇌의 70%를 쓰는 용기와, 양심의 98%를 실천하는 용기를 지닌 스코트.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는 그의 철학. 남보다 우월한 느낌이 들도록 지나치게 몸과 마음을 가꾸지 않았고, 필요한 만큼만 취하며,생활의 질 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으며, 노동의 존귀함을 알기에 버튼을 누르는 대신 바깥의 간섭을 최소화해,손으로 쓰는 연장을 갖고 천천히 일하는 것을 좋아 했다. 땅에 의지해 살아가는 비밀을 알고 있었고,검소하고 단촐한 생활 습관으로, 98세 강연에서도 열정이 넘쳤다. 상류층에서 태어나 자신이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빚진다 느꼈기에 사회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했으며, 이러한 그의 문제제기는 계급 착취과정 속에서 약탈을 일삼아 안락을 누리는 기득 지배층의 노골적인 반감을 사, 대학 강단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다. 많은 위험 앞에서도 그러나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는 반대와 비난 질시의 대상이 되면서 그는 그것을 창조적 사고와 행위에 따르는 희열에 대해 치러야할 대가의 일부로 받아 들였다.

 

그는 상반되는 자질로 가득찼다. 그이는 이상주의자였으나 강인하고 실천하는 일꾼,곧 실천하는 이상주의자였다. 또 타고난 종교인이었으나 어떤 교회의 구성원도 아니었고, 어떤 종교집단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학식있는 사람이었으나 땅벌레 같은 농사꾼이었고, 공적인 인물이었으나 은둔자로서 행복해 했고,명망있고 우렁찬 웅변가였으나 보통 대화에서는 말수가 적었다. 그이는 음악을 이해하거나 느끼는 데는 무디었지만 언제나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연주하는 내 뒤에 있었다. 학문적인 주제에 관해 간결하고 사실에 바탕을 둔 글을 썼으나, 일상 생활에서는 웃음을 머금게 하는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p238

 

그이라는 말이 이렇게 존경과 친밀함이 담긴 호칭이었던가.

헬렌은 끊임없는 자신의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현명한 연장자와 사는 것을 즐거워했으며 마치 학교 수업과 휴일이 하나로 합쳐진 것 같다 여겼다. 어린 헨렌을 스코트는 동등하게 대했고 결코 지배하지 않았다. 헨렌은 '그 사람이 흔들림 없는 사자의 성격이라면 나는 이리저리 움직이는 물고기 같다' 고 표현했다. 처음 둘 사이에 존재했던 정반대의 기질은 시간 속에서 어떤 신비로운 작용으로 균등해졌고, 둘은 동료요 동반자로 완벽했다. 다시 이런 결합은 결코 없을 것이다.

버몬트 숲에서 생활한, 개척 일지와 같았던 '조화로운 삶'을 읽으면서, 난 스코트를, 그  동네 사람들이 일컫듯이 그냥 공산주의자인가보다 여겼었고, 나도 자연의 거스름 없이 돌집을 짓고 싶다는 정도의 소망을 품었었는데 이번 책을 통해 알게된 스코트는, 진정, 위인이었다.

 

크리슈나무르티에 관한 기록들도 흥미로웠다. 크리슈나와의 6년은,스코트와 반세기를 함께 하면서 사회에 미친 영향력에 비교할 수 없음에도 부각되고 있다. 헨렌이 그의 연인으로 소개되는 한 줄 프로필은 세상의 자의적 해석이 끼어들어 꺼림찍하다.      질문에 답하면서 크리슈나는 때때로 오만에 가까운 염증과 멸시를 보였으며 진지한 물음들을 거칠게 무시했다. ..헌신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 삶은 안장 받침을 댄 것이었다. p77   크리슈나는 분명 사회개혁가는 아니며 이념으로나 현실에서나 대중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p71   크리스나무르티 그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었으며 그 사람을 알게 된 것을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p47   그 세계적 명성의 크리슈나무르티. 헨렌 17세 ,크리슈나무르티는 26세에 둘은 만났고 6년간 시간을 나누었다. 그가 헬렌에게 보낸 편지 속엔 절대불변을 맹세하는 사랑의 언어가 가득하다. 그는 독서를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헨렌의 기록이 없었다면 절대 노출되지 않았을 노트가 아닌가. 물론 그의 나이 삼십대 전후로 어리다면 어릴 수 있는 시기의 흔적이지만 말이다.   

 

스스로 준비해서 맞이한 그의 죽음은 충만했던 삶만큼 평화롭고 고요하다.  그이는 단식으로 자기 몸을 벗고자 했다...그 죽음은 느리고 품위있는 에너지의 고갈이고 평화롭게 떠나는 방법이자 스스로 원한 것이었다... 천천히 천천히 그이는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 점점 약하게 숨을 쉬더니,나무의 마른잎이 떨어지듯이 숨을 멈추고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p228

그는 자신의 죽음에 언제 어떤 식으로든 설교자나 목사,그 밖의 직업 종교인이 관여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이 요청이 자신 뒤에 계속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존중되기를 바랬다. 친구들이 자신의 시신에 자신의 작업복을 입혀 치장하지 않은 소나무관에 뉘어 화장시킨후 스피릿만을 바라보는 그들의 땅 나무 아래 뿌려 주기를 원했다. 흔히 동물들이 택하는 죽음의 방식인 스스로 먹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그는 위엄을 잃지 않은 채 삶을 마쳤다. 죽음 앞에 그는 환영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모두 들었소.다른 삶을 말이요. 그것은 오래 전에 시작되었던 거요...곧 돌아올 것이오.더 잘 준비해서

 

지금껏 이런 가공할만한 감동은 없었다. 북극성처럼 나머지 삶의 방향을 일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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