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은 후 아이들과 함께 논어를 공부하고 있다. 큰아이에게 오디세이 원서를 읽어보라고 했더니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큰 저항은 없었다. 헌데 큰아이의 손엔 다른 책들이 더 오래 펼쳐져 있었다. 나도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는데 꽤 힘겨웠기에 아이의 선택 이해된다.

논어는 원문과 해설을 모두 외우는 방법으로 공부하고 있는데,작은 아이와 큰아이. 함께 한다. 작은 아이가 신나 한다.예상 못했다. 언니와 같은 과정을 공부하고 있어서 좋은 건지, 언니보다 잘 한다고 판단하고 우쭐한건지.열심이다.

이 책의 경우 전반부에 해석,후반부엔 한자 원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서당에서 처럼 입으로 읊으며 익히는 우리 가족의 경우,토가 없다는 점이 정말 아쉽다. 다행히 '내인생의 논어 공자 그 사람' 후반부에 토가 달린 원문이 실려 있어 함께 참고 하고 있다. 한자 밑에 바로 한글 독음이 달려 있지 않은 점은 바람직하나,한자의 활자 크기가 너무 작아, 한자에 서툰 우리가 보기엔 힘들고,활자체는 고딕체보단 궁서체였으면 하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작은 아이가 지금 학교에서 컴퓨터 방과후 수업을 듣는데 아마도 그 아이가 내가 원하는 편집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논어 이후 아이들 간의 관계가 부드러워졌으며,서로의 장점을 시샘없이 표현한다. 잘잘못 따지고, 책임을 미루고 ,큰소리 내는 일은 줄었고,아빠가 오시면 큰  합창으로 인사하고,자고 일어난 자리 곧 잘 개켜져 있고,휴식 시간과 학습시간을 자율적으로 분리하고,양보하는 상황이 잦아졌다.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분명 변화했다.

 

중간 고사가 끝난지 한 달이 가까이 되어가는 데도 휘청대는 큰아이 때문에 작은 아이에게 편지를 받았다. '엄마 무슨 안좋은 일 있으세요? 제가 먹을 것을 남겨서 기분이 나쁘신 거에요? 엄마 왜 잘 웃지 않아요. 엄마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요.' 역시 작은 아이의 공감과 통찰 레이더는 자동 업데이트된다.

잔소리 없는 날로 지내 보기로 했다. 일단 공부만 화제에서 사라져도 가정은 놀랍게 달라진다(불편해도 괜찮아: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더니.확실한 말이다. 내가 입을 다무니 아이가 입을 연다.

 

중문 자리에 커튼을 달고,주방쪽 창문을 고정시키는 등 나름 추위에 대비한다. 워낙 추위에 대책없는 터라 이번 겨울도 긴장된다. 요즘 이런 기온은 운동복 선택에 갈등을 가져오는데,긴옷을 입으면 초반엔 좋지만, 2k 지점만 지나도 땀이 나서 선택을 곧 후회한다. 곧 다리에 쩍쩍 감기니 오히려 힘들어진다. 차라리 초반의 추위를 감내하는 편이 낫다. 그래서 아직은 핫팬츠다. 이를 알지만 너무 추워 긴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곧 옷도 길어지고 출발 시간도 늦춰지겠지. 검게 그을렀던 팔 다리도 겨울내 원래 색을 회복할 것이다. 최근 보폭을 늘리자 5분정도의 시간이 단축되었다. 폼은 안나지만 장거리의 경우, 버려야할 부분이다. 잡념에 빠지면 뛰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데,잡념에서 빠져 나오는 찬라, 마치 순간 이동된 것 같다. 시간은 훌쩍 넘어가 있고. 반면 달리고 있다는 현재에 집중하면 확연하게 시간은 단축된다. 달릴때는 달리기에만 집중하고 싶은데,평균 두 세 번은 다른 세계로 들락날락 한다.

 

달릴 때 내가 반복 재생하는 말.

묵히 시간을 들여 거리를 뛰어 간다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중)

하루키의 깨달음이 희미하게 공유된다.  '끝까지 달리고 나서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가' , '자신 안에 조용히 확실하게 존재하는 (그)것',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그것은 또 사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나도 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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