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 십일 월의 아침인듯 그 날카로움에 위축되어 지난 주 초반엔 뛰지 못했다.

이제야 구월.이 제자리를 잡은 것 같다.

 

9.00 친정엄마와 작은 동생과 함께 서울에 갔었다.목적이 있었다기 보다 엄마와 딸들이 함께 시간을 나누고파 만들어진 드문 기회였다. 함께 걷고 같은 물건들을 만지고 품평하고 커피 마시고 점심 먹고 차를 탔다. 여섯 시간이나 함께 있었다.

 

9.00 최치원의 시를 한 수, 아이들에게 읽혔다.작은 아이는 몇 번 읽어 보더니 엄마 마음이 이상해져.한다.어? 마음이 가라앉고 조용해지는 느낌이야. 세상에나 내가 유도한 바를 한큐에 받다니.고마울따름.

 

9.17 요네하라 마리의 책 3권을 도서관에 구입신청했다. 그녀의 글이 맘에 든다. 자국의 이익만을 추종하는 극악한 미국과 그런 음모가 공공연히 가려지는, 내가 사는 허술한 세계.내가 모르고 지났던 과거의 사실보다 지금 진행중인 은폐가 당연 더욱 두렵다. 내 눈과 귀는 대체 그동안 어느 각도로만 열려 있었던가.부끄럽다.

 

9.25 정조 대왕께서 책내용을 초록하여 두었다가 한가한 때에 수시로 펼쳐 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셨다는데,나도 그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핸드폰에 눈을 꽂고 거리를 걷는 이들 곁을 손바닥 두 개만한 수첩을 펴고 걷는다. 문화적 동질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다행스러운 일이다.

책을 보며 좋은 문장을 수첩에 붙잡아 둔다지만 손은 늘 아직 읽지 않은 책으로 간다. 헌데 길에서 보내는 시간,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 시간,미용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은 수첩을 열어보기엔 안성맞춤한 자투리였다. 우연찮게도 그렇게 기습적으로 펼친 문장들이 현재 내가 고민하는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니.

내가 나를 위해 남겨둔 문장이라 여기고 겸허히 받아들인다.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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