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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코리안 델리 -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뉴욕 브루클린에 가로 일곱 걸음,세로 열일곱 걸음.건물 한쪽으로 기울어져있음이 너무나 명확한 델리를 인수한다.
누가?
뉴욕에서 살아 남고자 너무 힘들게 일하고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해온 탓에 자기 방어를 위해 공격적이 된 사람을 표상하는 한국인 장모 케이와
뿌리 깊은 뉴잉글랜드 청교도 후손에 백면 서생인 문학 계간지 편집자인 사위와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까지 받으며 법학 대학원을 거쳐 잘나가는 변화사가 된 아내 개브.
무조건 성실하면 된다는 철학으로 시작했건만 경험없이 시작한 가게는 당분간 혼수상태다.
구질구질하게 가족 전체가 교대로 매달려 밤근무까지 해서 번 돈이 고작 시간당 12달러인 날도 있다.
언제나 경기가 안좋으면 주차딱지 징수같은 일에 열을 올리는 뉴욕,
정부 단속반에 주머니 털리는 소규모 사업자와 이민자들.
아이러브 뉴욕이라고 외치는 허울 좋은 도시의 실상등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입담이 굉장하다.낯선 문체와 어법이 보기드물게 흥미롭고,타문화와 자신이 속한 문화를 서술함에 편파적인 시선은 없어 보인다. 한국의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경악하는 그들의 반응도 흥미롭고,한국 음식에 관한 서술이 새롭다.늘 먹은 우리들의 먹거리들을 그들을 통해 들으니 낯설다.
델리를 운영하면 겪었던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하는데
일단 행동을 시작하면 추호의 의심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능력자 아내 개브.
눈보라가 휘몰아쳐 브루클린 다리를 하얗게 지워 버린 날.
새벽 네시 시속80km의 눈보라를 뚫고 혈혈단신 걸어서 집을 나선지 세 시간만에 가게에 도착해 가게문을 연다.
오전 내내 동네에 문을 연 유일한 상점이 된 것이다.
이 육체적 모험으로 동네에 대한 의리를 보여 줌으로써 개브는 힘든 관계를 재구축하는 성공한다.
수년 전에 라디오에서 책소개해주는 꼭지를 통해 알고 있었는데 어제,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400페이지가 넘지만 하루만에 다 읽을 만큼 즐거운 책읽기였다.
가벼운 책은 절대 아니다. 사고의 기회와 깨달음을 끊임없이 제시된다.
한 호흡으로 안정적으로 읽히는 문장과 구조.절제된 단어들이 오히려 거침없다.
2008년 뜨거운 여름 가족과 발로 뉴욕을 여행했던 경험과 짧지만 이민사회의 고달픔을 잠시라도 엿보았었기에 이 글이 더 깊게 다가온 듯싶다.
언제 마딱뜨릴지 모르는 반짝이는 글과의 마주침.들뜸. 절대 비교 못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