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귀국한지 일 년여가 되어 간다. 작년 이맘때 우린 이사짐을 한국으로 부치고 여행 보따리 둘레둘레 메고 아파트 생활을 했었는데. 그런 시간들을 내가 진정 통과했었는지 도무지 실감이 안난다. 미국생활하면서 주말마다 우리식구는 쌀국수,멕시칸 레스토랑,BBQ 레스토랑,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출근도장을 찍었더랬다. 아이들이 쌀국수를 특히나 좋아했었는데 한국 귀국후 한 번도 쌀국수 먹으러 데리고 나간 적이 없었다. 내가 워낙 음식에 모험하는 것을 기피하는 인간이라 검증되지 않은 곳에 가서 실패의 쓴맛을 보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주부들이 많이 가입하는 카페에서 우리 동네 맛있는 쌀국수집을 하나 알게 되었다. 유명한 체인점으로 일반적인 평가가 좋았다. 그래서 별 망설임과 두려움을 가질 필요 없이 기세등등하게 우리 식구들을 끌고 입장.

쌀국수3개와 칠리해물볶음 1개를 주문했다. 쌀국수의 맛은 우리가 먹던 그 맛과 동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용하는 소스가 동일하기 때문에 국물의 농도차가 있으면 모를까 맛이 다르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주문한 칠리해물볶음. 메뉴 사진에 그득하던 해물은?   칼집 넣은 오징어 4개와 약간 말라서 단단한 듯한 칵테일 새우 딱 2개를 기름에 말다시피한 칠리밥을 둥글게 모양낸 위에 장식으로 혹은 눈속임으로 슬쩍 올려 놓았다. 괴씸. 밥 위에 널어 놓은 해물6개 외에 밥을 아무리 휘저어도 해물은 없었다. 쌀국수와 더불어 나오는 숙주와 양파로 볶은 칠리볶음밥이라고 메뉴명을 변경하는 것이 마땅하다.

음식을 남기다니.내가 음식을 남기고 일어섰던 적이 있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차라리 쌀국수를 시킬 것을. 내가 시킨 칠리해물볶음밥은 11000원으로 쌀국수 8500원보다 비쌌건만...계산하면서 클레임을 걸고 싶었지만,내 깜냥으론 터무니 없는 짓. 그저 다시 찾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저항으로 내 의사를 표시하기로 다짐.

이윤을 음식재료에서 내려고 하다니...음식재료를 남길려고 매상을 날리는 어리석은 계산으로 어찌 먹거리 천지인 요즘 경쟁에서 살아 남을까.안타깝다.

어느 맛집이든 맛이 평준화 되어가는 상황에 사람들을 일부러 다시 찾아 오도록 만드는 힘은 내 판단으론 서비스와 후한 인심인 것 같다. 고객들이 그 집에서 인색함을 감지하게 방치하는 것은 자멸을 자초하는 짓이건만. 이번에 나의 실패한 선택은 간만에 남기는 몇 줄 메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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