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차가운 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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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은 무모한 것이라는 끔찍한 깨달음을 얻은 나약한 어린시절. 더 끔찍한 것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에 불러 들였던 살들. 거구의 몸뚱에서 강제 추방당한 살덩이들은 완전 연소되지 않고 자신의 숙주에게 회귀하고자 집요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살과 함께 괴멸할 것 같은 L.  

모든 외적 조건을 완벽하게 설계하는 E. 그녀가 의도된 쥔 주먹 속에 숨기고자한 결백한 원죄. 아름다움으로 방어하지만 견고한 껍데기 속에서 진짜 자아의 소멸을 자각하기에 흔들리고 불안정한 그녀 E. 

H...열띤 신체적 몰입을 필요로 하는 그 예민한 작업을 나는 사랑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내가 빚어내는 삼차원의 견고하고 육체적인 형태들을 통해서만 간신히 이 세상과 연결되어 나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어쩌면 나에게 조각이란 해독할 수 없는 생의 비밀들을 두 손으로 빚어 냄으로써 마치 그것들을 체득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일종의 최면요법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p88 

H의 통찰과 몰입은 L과 E의 어느 지점이었을까... 

세 주인공들의 아픔과 상처가 그간 산만했던 나의 머릿속을 싹 비워 주었다. 이번 글을 통해 예민하고 긴장된 일상에서 한발짝 놓여날 수 있었으며, 긴장을 완화하고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발견한 것 같아 무척 반가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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