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을 바라 보는 선생님의 시선이 너그럽다. 시선마다 배어나오는 감사와 애정의 온화함을 글읽는 이에게 고대로 전해 주신다. 선생님 글이 갖는 힘은 이런 진심들인 것 같다. 자연의 질서와 그 속에 깃듯 일상을 향한 감사와 애정. 결핍을 문제삼지 않으니 그 부족함을 메우려는 치열한 시도가 자연스레 접힌다. 더불어 결핍 대신 내가 쥐고 있는 것들에 시선을 돌리니 이젠 나도 나눠야할 의무감을 가질만큼 자랐다는 걸 깨닫는다. 

우연하게도 내가 막 이 책을 덮었을 때 선생님의 부고를 들었다. 마침 토요일 저녁이어서 아이들과 애들 아빠가 모두 함께 있었다. 뉴스를 통해 그 소식을 듣고 아이들 앞에서 엉엉 울었다. 작은 아이는 내게 달려 들며 아는 친구냐고 물으며 엄마를 따라 함께 울어 준다. 다음날 뉴스에서도 작은 아이와 난 또 울었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세상이 정지된 듯. 마비된 듯. 했었는데...  

익은 과일이 떨어지듯이 혹은 누군가가 거두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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