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빨리 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재수는 피해야만 했다. 동기부여가 확실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공부했고 내 눈에는 수험이라는 두 글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목표가 생기면 안간의 잠재력은 강해진다. 음악은 가까운 미래를 위해 살짝 닫아 둔다는 느낌이라서,악기 연주도 거의 하지 않았다. 즐거움을 미뤄두는 감각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p47
다채롭고 화려한 변화의 인생을 걸어오신 분 같다. 너무나 비범하여 대단하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나,그가 겪은 끊임없는 표면적인 변화들이 시간적 순서로 열거되는 글을 읽자니 명함 뒷면에 약력을 읽는 듯 심심했다. 

 

***12월 15일  

지난 토요일 작은아이의 유치원에서 음악회가 있었다. 학예회같은 연중 행사인 것같았다. 5세,6세,7세 세 반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나와 리코더,영어연극,난타,사물놀이,리듬악기등 각 반에서 각  네가지 아이템씩 발표했다. 큰아이 때도 유치원 학예회를 경험한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별 생각 없이 관람했다. 그러나 이번엔 한마디로 좀 거북했다. ..... 변한 건 나다.

각 반 25명 정도의 아이들이 삼열 횡대로 길게 열을 지어 무대에 올라 발표를 한다.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턱을 한 껏 들어 핏대를 세워 자기 차례에 입을 활짝 벌려 소리를 낸다. 안쓰러웠다. 어두워지는 미소끝을 나 스스로도 느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무표정의 작은 사람들. 긴장해서였을까. 아이들에게 이 발표회는 어떤 의미를 줬을까? 성취감? 즐거웠을까?  

  

***12월 17일  

온화한 눈이 내린다. 기분 좋은 눈이다. 아침에 작은 아이 유치원을 데려다 주면서 걸어 나간 주차장 출구는 겨울의 나니아를 향한 입구였다. 상상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신비로운 감동을 선물 받은 기분 좋은,눈오는 오늘이다. 창밖을 자꾸 힐끔거린다. 눈이 얌전하고도 여전하게 내리고 있다. 안심한다. 

 

***12월23일 

자주 들러 요리정보도 얻고 공동 구매에도 심심치 않게 참여하는 블로그가 있다. 문성실님의 블로그인데,오늘 그녀가 좋은 실천을 한다는 포스팅을 올렸다. 힘든 아이들을 도와 주자는 취지의 모금인데, 모인 성금만큼 문성실님 개인적으로 그 만큼의 성금을 보태어 기부를 한다는 것이다. 맥시멈 천만원. 대단하다. 아무리 유명한 블로거라도 넉넉치 않은 가정주부일텐데 천만원 정도의 기부를 결심하다니. 그래서 더욱 굉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비슷한 연배로 비슷한 규모의 살림을 꾸리면서 기부를 실천한 경우라, 나눔이란 말이 어울리는,누군가의 몇 억보다 가치있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주변에 박경철님, 박원순 변호사등 기부하는 이들을 보며,언젠가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대화는 커녕,댓글 한 번 달아본 적없는 그녀의 블로그,포스팅으로만 만난 그녀는 서글서글하고 인심 좋은 동네 친구처럼 항상 반갑다.

외국의 기부문화를 부러워하면서 나도 적게나마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사실 많이 했었다. 하지만 모아진 기부금이 엉뚱한 쪽 배만 불리거나,흐지부지 녹아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불신으로 쓸데 없는 짓하지 말자 쪽으로 주저 앉아 있는 편이었다. 투명한 기부가 가능할 수 있는 경로가 생겨 나와같이 마음은 있지만 의심 많은 소심인들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뿌듯함을 ,그런 행복의 기회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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