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3년여의 기간. 지극히 한정된 사람만 접촉할 수 있는 좁은 관계망이 오히려 외부 스케줄에 과민한 내겐 더할 나위없이 적정한 범위였다. 난 이미 약속 없는 요일들이 만들어주는 진정제에 중증으로 중독된 인간이었다. 한 달에 몇 번 느닷없이 생기는 약속은 배경없는 평화로운 내 풍경 위에 함부로 부려지는 바위덩이처럼 무례한 존재같았으니까....... 내  판단으로도 난 정상 범위 바깥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숨막히게 편협된 사고를 가진 나,내가 한국 귀국이 눈앞으로 다가 오면서 의외의 결심을 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자. 두둥~~  

방어적 시각을 버리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보니 보였다. 힘들다는 것. 사람을 목적으로 사람을 만나며 그런 순수한 만남을 지속하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 만남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 만남에는 필요한 것이 있었다. 이해 관계.  그마저도 아슬아슬하여 외부조건의 변화로 시효가 끝나면 두 번 돌아볼 것도 없이 즉각 해산되는. 보인다. 차갑다

아줌마들과의 약속이 끊길 날 없는 스케줄표를 휘날리는 지인이 이젠 우러러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 처지가 초라함을 벗은 듯하다. 지인들은 만남에서 에너지를 얻는 대다수에 속할 것이다. 뛰어난 능력이다. 하지만 나란 인간에게 사람만남은 풍요로움 대신 일단 허기를 남겼다. 배고프다. 고추장에 비빈 뜨거운 냄비밥 뚝딱 치워야겠다. 뒤져보니 오이 고추가 있다. 스마일.

**** 

하루 8K-9K정도 뛴다. 어깨 들썩이며 숨을 몰아 쉰다. 코끝을 타고 떨어지는 땀 방울 그 중력의 맛이 현재 내겐 에너지다. 책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과 동질의 희열 에너지. 자존감  충전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