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옛말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멋스런 경험이었다. 낯선 말들이어서 정확한 의미는 모른다해도 한층 문장이 풍요로워지는 굉장한 우리말들이 넘치고 넘친다. 저녁을 향해 어섯 눈뜨기 시작한다, 버거스렁이를 몰고 온 땅거미의 세계로,끄느름한 거실에,빛이 설핏했다,고자누룩해지기를 바라며,아령칙했고,더덜뭇한 목소리,푸접스럽게 등등 최근 잘 못보았던 반짝이는 말들을 발견하며 작가의 노고도 함께 떠올렸다.  

9개의 단편 중 현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2편 갸량으로 각각의 다른 시대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개화기적 문체,한시 등등 각 시대에 맞는 어휘나 시문들을 엄청나게 끌어와 글을 한층 풍성하게 한 이 책은 작은 시대물 백과사전같다. 춘향전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솔깃하게 비틀기도 했는데 읽는 내내 마냥 즐거웠다. 단편들 대부분이 비극적인 결말을 갖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작품의 결말들과 상관없이 재미있고 해학적이었다.

북두칠성 일곱 별빛에 두고 비춰봐도 바래지 않고 지리산에서 흘러내려온 요천 푸른 물에 아흔 아홉날을 담가둔다고 한들 지워질 수 없는 그런 사랑이 찾아 온다.  p159

윗 문장처럼 멋스런 표현들이 빼곡하다. 손빠른 중 비질하듯 덧없이 세월이 흐르고...등등 오랜 만에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김연수님의 글 중 사랑이라니 선영아 를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이 있다. 그당시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않았는데,이번 책은 작가의 역량에 대해 재고하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도 말했듯이 방대한 자료수집에 따른 그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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