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문헌들 속 짧막한 몇 문장들로 부터 시작된 작가의 상상력. 그 방향은 주로 성을 향하고 있었다.  

처녀보다 곱고 젊은 화랑들이 산천에서 수련하고 동숙하매 그사이에 정분이 깃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천하의 이치라,뉘라서 흉보고 욕하리까....하지만 개중에는 나이가 들아사더 음양의 이치로 돌아오지 아니하고 어린 사내의 미태에만 혹하는 경우가 있으니 안타깝게도 영랑의 예가 그러하다.p93 

현재 우린 화랑하면 용맹으로 기억하건만,화랑의 첫 덕목은 무예가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꼽고,화랑간의 동숙을 각각의 배우자들조차 묵인하는 사회로 그려진다.

하늘이 신의 나라를 특별히 아끼신다는 뜻으로,그리고 그 뜻을 받드는 성스러운 골품의 고귀한 징표로서,신라의 황실에는 거인들이 많았다. p17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았던 것으로 그려지는 춘추. 그가 왕위에 올라 선대 왕들처럼 거인이 되고자 저질렀던 참담함.

외숙 유신공의 조력으로 천신만고 끝에 춘추공은 황제가 되었다. 신의 풍모라 일컬을 만큼 아름답고 용맹한 황제였다. 그러나 그는 수백 년 물려온 황제의 왕관과 용포를 물려받을 수 없었다. 왕관은 어깨에 내려 앉았고 용포은 배냇저고리처럼 몸을 휘감았다. 그의 몸에 맞도록 다시 만들어진 왕관과 용포은 그 자체로 굴욕이었다. p146

왕과 태후가 여러 신하와 백성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성대한 교합제를 치루는데,

이날 천제에서 지증제와 연후황후는 그들의 몸을 받친 뱀모양 제단을 와지끈 무너뜨리고도 교합을 멈추지 않았다. 그 먼지 오르는 잔해 속에서도 한 식경이나 합환을 계속했으니 그들의 땀과 애액이 제단 아래로까지 흘러내려 태자 법흥의 비단옷을 적셨고 그 벽력같은 교성에 동해 바다의 용까지 잠에서 깨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합환례가 끝나면 황제와 황후는 서로 노고를 치하하며 특별한 수라상을 받으시었는데 각각 검은 돼지와 흰 돼지를 한 마리씩 드시었다. p20  

허무.맹랑.하기도 하고,그려진 창조의 방향이 그저 재미있다. 내 기억 속엔 나의 아름다운 정원,달의 제단등 친근하고 푸근하게 감기는 문장들로 남아 있던 심윤경 작가,그로부터 받은 이번 글은 그저 쉽게 술술 읽혔던, 다소 엽기적이기도 한 잡지같다. 그의 말대로 서라벌판 썬데이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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