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룩 꾸룩 소란스런 물개 구경을 마치고 칼바람에 쫓겨 자리를 떴다. 바쁘게 움직였다. 근처 유명한 초코렛 팩토리 기라델리에 가서 선물용 초코렛 한 꾸러미 사고, in and out 버거로 돌진. 난 버거 2개를 먹었으나 못내 아쉬웠다. 너무나 추워 여행 첫날 일정은 이것으로 일찍 마무리했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도시인답게 발걸음이 빠르고 표정도 없다. 우리가 워낙 촌동네에 살아서 그런지 이들의 무표정이 낯설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에게서 느끼는 차가운 인상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내가 살던 동네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활짝 핀 꽃처럼 웃었다. 귀국 2개월 가량 된 지금 난 그들의 미소가 조금은 그립다.
둘째날. 큰 아이 긴팔 옷 한 장 사 입히고 롬바드 꽃길로 가기 위해 지도 들고 버스 정거장 찾아 우왕좌왕. 결국 유니언 스퀘어로 근처에서 케이블카 타고 가기로 결정하고 광장에 전시되어 있는 전시품 좀 구경하다 케이블카에 탑승. 롬바드 꽃길로 가는 중에 차이나 타운도 구경하고. 차이나 타운은 우리나라 재래시장 같다. 인도까지 그득하게 나와 있는 물건들,넘쳐나는 사람들,좁은 도로. 뉴욕 차이나타운도 마찬가지였다.

가파른 길을 꼬부랑 꼬부랑 내려오는 롬바드 꽃길. 역시 햇살이 반짝 나와주지 않아 그 아름다움은 덜했으나 아이들은 재미있게 놀았다. 
버스를 타러 2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있는 정거장. 사람들 찾아보기 힘든 외곽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모두 골든 브릿지로 가는 관광객들이었다.
안개속에 모습을 감춘 골든 브릿지. 브루클린 브릿지는 1K 정도 되는 길이였지만 골든 브릿지는 2.8K 가량 된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7월의 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기어코 걸어서 건넜던 기억이 새롭다. 골든 브릿지에서도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파 걸어서 건너고픈 맘은 굴뚝같았으나 아이들때문에 깨끗하게 단념. 흩날리는 안개비에도 아랑곳 않고 자전거나 도보로 건너는 관광객들은 많았다. 날씨에 개의치 않고 계획대로 여행을 즐기는 홀가분한 이들이 부러웠다. 우린 버스를 타고 소살리토로 이동했는데 다리 하나 건넌 소살리토는 거짓말처럼 햇살이 내리쬐고 따뜻한 곳이었다. 유명하다는 수제 버거 하나씩 들고 밴치에 앉아 까먹었다. 정박되어 있는 수많은 요트들. 아름다운 저택들.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들었다.

소살리토에서 이곳 저곳 구경하다가 배를 타고 피셔맨 와프로 돌아갔다. 배 위에서 골든브릿지도 멀리서 다시 쳐다보고,알카트라즈도 멀리서 구경했다.

재팬타운에 가서 뜨끈하기만 했던 라면 한 그릇씩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 일정이 짧아 대표적인 곳만 대강 들렀다. 우리 아이들에겐 도시 여행은 여전히 이르다 싶다. 아이들의 기억에 즐거운 곳으로 꼽는 여행지는 단연 옐로 스톤이다. 내게 옐로스톤은 사슴과 부딪혀 우리 미니밴이 작살 났던 기억뿐인데.
다음날은 하와이행 9시 비행기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