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거리의 누적이 공간적 변화로 측량 가능하기에 달릴 수 있다. 만약 런닝 머신 위라면 힘들 것 같다. 길 위라 비탈도 있고 내리막도 있다. 오전 8시 반 만 넘어 가도 숨막히게 더울 때도 있었고,살갗을 한 포 떠내듯이 추울 때도 있었다. 가슴을 밀어 막는 바람도 있지만 그래도 길 위이기에 달릴 수 있다.  10km 내가 언감생심 꿈이라도 꾼 적이 있었던가.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비어 깜빡이는 밧데리의 칸수를 층 층 채워간다. 내 자존감 밧데리 자체 동력원을 찾았다는 것이 금년 한 해 가장 풍부한 발견이었던 것 같다. 아니 내 인생. 앞으로 달리기는 계속될 터이니. 

어느 예능 프로그램 중에 참가자들이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자막 중에 두 발로 쓰는 모노그라피,오직 거친 숨소리와 나 자신 뿐,이라는 자막이  근3초 내 안을 휘저으며 통과한 적이 있었다. 그날, 영상 3도 가량에 바람이 사나웠지만 난 길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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