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아이들 학사 일정 캘리더나 들여다 봐야 요일, 달의 변화를 깨달을 정도로 최근 전 시간의 흐름에 참 둔감해요. 오늘 산 것처럼 내일도 사는 타성만 남았죠. 최근의 변화라면 추워져서 운동 시간이 오전에서 오후로 바뀐 것뿐, 일상 '이상 무' 게으른 스케줄로 주욱 가고 있습니다.
마치 제 시간들은 필름없는 카메라를 누르고 있는 것 같아요. 너무나 방만하고 나태하게 시간을 운용하는 만행을 아무 죄책감 없이 저지르며 스스로를 소비하는.... 제 시간들이 부끄럽습니다.그나마 햇빛 받으며,내가 뛰는 것을 잊은 채, 뛰는 일에만 완벽하게 열중하는 그 순간만이 맹렬하게 내 존재를 증거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죠. 결핍된 자존감을 충전하는 나름 희미한 노력입니다. 그리하야 살갗을 에는 바람을 안고 37도(영상 3도)에도 뛰는 무모한 오기를 뿜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넌덜머리나고 지겹지만, 어제처럼 작은 아이 크리스마스 파티등으로 학교에 가야 하는 외부 일정이라도 있는 날이면 그 변화는 어이없게도 일상을 부숴뜨리는 스트레스가 되네요. 무의미한 일상일망정 나름 규칙이 존재하는가 봅니다. 누군가 노크하지 않으면 전 바다속 같은 집 안에서 언제까지건 머물 수 있을 거에요. 이해하기 힘들죠? 저를 향한 외부의 오해들이 합당함을 알아요.
@@엄마는 최근 가장 큰 즐거움이 뭐에요?
@@엄마라는 호칭 쓸 때마다 입안이 까끌까끌해요. 뭐 다른 말이 없을까 고민은 하는데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요. 우리 둘 사이 관계의 범위가 아직은 제한적이고 선명하지 못해서 일까요?
폭스바겐을 볼 때마다 생각나요. 누군가 저 차를 좋아한다고 했어지 하고. 빌레로이에 갈 때마다 생각나요. 누군가 나를 여기서 친구라고 칭했었지 하고. 아무것도 아닌 시간의 마디들이 콕 박혀 오래 남으니 참 신기합니다. 이제 거진 알맹이는 발효되고 추상으로만 남은 기억들 고마움,부러움,동질감,호응,격려,통찰.....비난...
2009년은 절 향해 함부로 꽂혔던 변화도 많았고 가장 오롯하기도 했던 한 해였어요. 내년엔 전 뭘 만들어갈 까요. 외부적인 변수가 많겠죠. 전 저항하게 될까요 수긍할 수 있을까요?
제 즐거움은요,한 두어 달 전부터 자기 전에 식구 3인이 모두 잠들면 인터넷 보며 드는 와인 한 잔이에요. 와인으로 시간이 뭉텅 뭉텅 날 빠져 나가는 것 같은 순간에 도달하면 잠을 청하죠. 그래서 간혹 두 잔이 될 때도 있어요.
2009년 잘 마감하시고 2010년 건강하고 즐거우셨으면 좋겠어요. GOOD LUCK!
메일 쓸 상대가 있으니 전 운이 좋아요.
2009년 12월 17일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