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슬고슬한 백설기를 반듯하게 잘라놓은 듯한 단면을 가진 잔디. 잔디가 내 준 사이로  양 팔 거리 만큼의 회색 시멘트가 길 줄기를 낸다. 오래 전 먼저 자리 잡은 나무를 둘레 둘레 비켜서, 커다랗게 타원을 그리며 사라지기도 하는 회색 오솔길. 정돈된 자연. 그 단정함이 이렇듯 자연스러울 수도 있구나.

아이들의 방학과 더불어 두 아이를 여름 캠프에 보냈다. 미국살이 이후 홀로 맞게 되는 첫 아침나절. 시간이 경계를 트니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날 비집고 들어왔다. 어느덧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에너지원이 되어준 아침 걷기. 이제 4주차 마무리 중이다. 처음엔 건강을 위해서,다이어트를 위해서 등 뻔한 이유의 출발이었으나,차차 천혜의 환경을 제대로 호흡하지 못하고 흘려보낸 지난 2년여가 안타까운 마음만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로 남았다. 귀국전까지 꾸준히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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