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비행기 시간이 오후 8시였기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둘러 볼 여유가 있었다. 짐가방을 챙겨들고 숙소를 나와 포스 어서너티 터미널 지하에 있는 그레이 하운드 짐보관센터에 일단 짐을 맡기고, 메디슨 스퀘어 파크로 이동. 파크는 찾았는데, 그 앞에 있다던 Flat Iron Building은 어디 있는걸까. 한참 찾았는데,알고 보니 우리가 금방 지나온 빌딩이었더라는..그만큼 평범했고 작았다. 좀 거리를 두고 보니 빌딩의 모습이 드러났지만 바로 그 앞을 지나 올 때는 전혀 눈치못챘다.  

이 빌딩은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샘서밋 스트릿에 매일 나오는 장소다. 작은 스낵카 아저씨가 바로 저 빌딩을 배경으로 서서 뭔가 주문을 받는다.

곧 메디슨 스퀘어 파크 내에 유명한 shake shack 버거를 먹었는데, 이날 우리의 목표가 Flat Iron 빌딩이 아니라 버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먹어본 버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지금도 그 맛이 기억난다. 내 생각엔 버거가 아닌 것 같다. 버거라고 부르기엔 정말 미안한 훌륭한 요리였다. 그래서 사람들이,여행객들이 몇 시간씩을 마다하지 않고 줄을 서서 그 맛을 보려고 하는 것일 게다. 다시 뉴욕에 가게 된다면 꼭 다시 가고 싶은 곳. 왜 이리 먹을 것에 집착을 하는지 여행 일정이 모두 먹거리와 연결된 것을 보면 참..웃음이 난다. 먹어야 걷지.


남편이 버거를 주문하기 위해 줄 서 있는 동안 아이들과 나는 파크내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다. 어디서나 누구와고도 금방 어울려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노는 동안 갑자기 굵은 소나기 쏟아졌는데 도심속의 비답지 않게 너무나 시원했다. 잠시 미끄럼틀 아래에 숨어 비를 피했다. 어른들 한 둘이 둘러 싸도 맞닿기 어려울 것 같은 굵은 기둥의 키 큰 나무들 속에서 비를 맞으니 그곳이 정글인지 도심인지 새삼스러웠다. 비로 한층 깨끗해진 도심을 우린 다시 걸었다. 맛있는 버거도 먹었겠다.. 

 

 



개선문 모형이 있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를 거쳐 소호. 소문난 쿠바 옥수수를 먹고 치즈케익도 찾아 가서 먹고 차이나 타운. 먹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다고 들었다. 

차이나 타운으로 들어가면서 그곳은 내가 지금까지 지나온 뉴욕이 아니었다. 미국이 아니었다. 엠파이어 바로 옆에 코리아 타운도 갔었지만 차이나 타운처럼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지역으로 형성되어 있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큰 규모의 재래시장이었는데,여기서도 유명하다는 곳에 가서 식사를 하기 위해 더듬 더듬 찾아 갔다. 기다리는 손님도 많았고 그래서인지 짐짝 취급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음식을 주문하는데 소통에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고 성질을 내더라는. 정말이지 기억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상대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다니. 더구나 손님에게. 너무나 당황스러워 눈물이 찔끔났다. 난 식사를 못했다. 나머지 식구들만 남겨둔 채 난 밖으로 나왔다. 내 기분처럼 더러운 비가 스팀처럼 부슬부슬 내렸다. 메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만났던 비와는 분명 다른 비였다.   

우리의 여행은 끝이 났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이었지만,난 작년 여름 뉴욕이 그립다. 아이들도 남편도 뉴욕이 그립다고 말한다. 우린 지금 TV나 영화를 통해 뉴욕을 만난다. 곳곳에 뉴욕은 참으로 많았다. 만약 우리가 뉴욕에 가지 않았었다면 화면에 비춰지는 도시가 뉴욕임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뉴욕이 보일 때마다,우리가 지나온 그곳들을 만날 때마다 아이들과 나는 자연스레 작년 여름이 떠오른다. 즐거웠었다고. 그리고 특별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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