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날이고,토요일이었다. 날은 매일이 좋았다. 밤새 비가 내린 날도 있었으나,아침만 되면 맑고 깨끗하게 개어 공기는 한층 가볍고 산뜻했다. 내내 더워 밖을 걸어 다닐 때는 축축 처지다가도 실내에만 들어가면 펄펄 뛰며 살아났으니 여름에 여행을 계획한 이상 불평없이 아이들의 짜증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도서관 내 열람실 모습

첫 일정은 타임스퀘어에서 에비뉴 세 개 정도 걸어서 뉴욕 공립 도서관. 생각보다 아담한 도서관의 외관은 콜롬비아대학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도서관 바로 옆엔 도심 속의 작은 숲 브라이언 파크와 락펠러 센터와 그랜드 샌츄럴역,크라이슬러 빌딩,성패트릭 성당등 명소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도서관 안에도 들어가서 열람실도 휘 둘러보고 바로 옆 그랜드 센츄럴역에 가서 천정의 별자리도 올려다 보고,역 지하에 유명하다던 치즈케익을 먹고 엠파이어 스테이트로 이동하려고 했다. 짧은 거리였지만 아이들이 있고 더운 날씨때문에 지하철을 타려고 했는데 지하철 운행이 잠시 중단됐다는 게 아닌가...지하철을 타려고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린 것이 헛고생이 되었으니.  


그랜드 센츄럴역                                                 엠파이어 
빌딩 


하여튼 걸어 엠파이어에 도착. 엠파이어는 1미터 간격으로 보수 공사를 위해 세워둔 기둥들로 그득했다. 2년 남짓의 기간동안 속전속결로 지어진 이 빌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는 샀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임대되지 않고 대부분이 비어 있어서 empty building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단다. 전망대까지 2시간 가량을 줄을 서서 대기하는 동안 불안했던 것도 사실.좁고 어두운 곳에서 두 아이들을 데리고 한발짝씩 찔끔찔끔 이동하는 일은 땡볕에서 걷는 것 이상으로 힘들었으니...전망대까지 올라가선 기운이 쪽 빠지더라는. 고생끝에 오른 전망대는 굉장히 좁고,사람은 너무나 많고,앉아 쉴 곳도 없었다. 엠파이어에선 사진도 거의 못찍었다. 철제 난간이 시야를 모두 가리고 있어서 전망도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멀리 남쪽의 자유의 여신상이 보였고 멘하탄의 끝트머리인 월스트릿의 빼꼭한 건물들이 한 눈에 들어 왔다. 바로 위로 차이나 타운은 그와 상반되게 높은 건물은 거의 없어 움푹 패인 웅덩이처럼 보였다. 현란하지만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는 뉴욕에 상대적으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차이나 타운은 너무나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다음날인 일요일에 차이나 타운에 갔었는데 그곳은 미국 뉴욕이 아니라 바로 중국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과 똑 같았고 번잡하고 길바닥은 생선비린내와 오물들로 질척거렸다. 



엠파이어에서 땅으로 내려와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스테이튼 아일랜드섬으로 가는 페리를 탔다. 자유의 여신상을 지나가면서 슬쩍 보고 다시 되돌아 오는 코스라서 그다지 감흥은 없었던듯 하다. 여행의 막바지로 갈 수록 그냥 관성에 의지해 일정을 소화한 듯 하다. 자유의 여신을 스치듯 어깨 너머로 잠시 뵙고, 피어17으로 가서 브르클린을 벤치에 앉아 좀 더 감상한 후 몇 가지 기념품들을 사니 날이 어두워졌다. 그날의 일정은 그렇게 마감했다. 지하철로 가는 길엔 짝퉁 명품들을 길에서 보따리를 풀어 팔고 있었는데 이 또한 재미난 구경거리였다. 난 구찌,코치,루이비통 정도 밖에 모르지만 흥정하는 대로 가격을 후려치기도 하는가 보더라.  

 

뉴저지에서 맨하탄을 바라보면 저 섬이 가라앉지는 않을까.하는 괜한 걱정이 된다. 저리 아찔한 빌딩들이 이쑤시개처럼 박혀 있는 그 좁은 땅은 어찌 지탱되는 걸까. 땅이 온전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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