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의 둘째날.  

칙칙 칙칙 압력밥솥에서 밥익는 냄새. 햇반을 데워 먹는 다른 여행객들에게 미안한 소음과 냄새였으리라. 여행시 여권보다 먼저 챙긴 압력 밥솥. 식구들이 잘 안먹는 편이라 밥을 조금 했다가 밥이 모자라는 참사가 일어 났다. 그래서 다음날 부터는 넉넉히 밥을 했었다는... 그날도 물을 꽁꽁 얼려 베낭에 짊어 지고 유모차를 밀며 숙소 언덕을 내려 갔다. 아침부터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출발한 시간은 11시경이었다. 오늘은 2시에 인어공주 뮤지컬을 본다는 설렘에 큰 아이가 무척 기다리던 날. 오전 시간엔  남쪽으로 내려가서 자유의 여신상 페리를 타고 올 계획이었는데, 페리 시간과 뮤지컬 시간이 살짝 겹칠것 같아 뮤지컬을 놓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페리를 포기하고,기껏 내려갔다가 그냥 되돌아 오게 되었다.   

타임스퀘어로 와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뮤지컬 극장까지 사람들을 헤치고 걸었다. 맨하탄의 모든 거리들이 그렇듯이 타임스퀘어 근처도 많은 건물들이 보수 공사중이다. 철제 난간과 장막을 치고 이루어지는 보수공사들은 인도를 점령하기 때문에 위험한데다 좁아지기까지 하니, 엄청난 인파 속에 유모차를 끌고 아이 하나를 건사하며 걷는다는 것 자체가 긴장이다.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엔 맥이 빠진다. 지금까지 타임스퀘어에서처럼 많은 인파를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거리 곳곳에는 건물에서 내놓은 쓰레기 더미들 천지이고,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구정물들로 악취도 심하다. 여름이어서 더욱 냄새가 심했다. 뉴욕 방문 전부터 뉴욕은 지저분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난 건물이 오래되어서 그렇겠지 짐작했다. 허나 도시전체가 공사중인데가 쓰레기가 원인이었다니, 세계적인 도시의 중심이 이런 원인으로 더러울 줄이야.

  

공연 20분 전이었는데 입장 대기 줄은 길었다. 극장은 생각보다 좁았고 높이는 높았다. 객석이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경사가 굉장히 급해서 앞으로 쏱아질 것 같은 시야가 첨엔 아찔했다. 3층인 우리 자리는 서 있는 어른이 키 작은 아이를 내려다 보는 각도였다.  무대와의 거리도 멀어 배우의 표정도 잘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큰아이의 망원경이 큰몫을 해줬다. 제작년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가져다준 망원경이 이렇게 행복한 역할을 해 줄지 어떻게 알았겠는가.

 

뮤지컬 시작 전 아리엘의 테마가 흘러 나올 때는 관객들이 함께 그녀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어른 아이 너나 없이 아리엘을 가슴에 품었던 팬들이었다. 물론 우리 큰아이도 DVD를 지칠만큼 많이 봤지만, 이 공연후 아리엘의 테마를 완벽하게 소화하더니 학교에서 여러번 불러 amazing singer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어느날 친구들 앞에서 노래 부를 거라면서 커다란 포크도 만들어 가더니 연기까지 하면서 불렀나 보다.  

  

 

   

바다속 인물들이 어떻게 연출 될 것인지 궁금했는데, 나름 잘 표현 했다. 왕자가 물 속에서 아리엘에 이끌려 수면으로 올라가는 장면과, 아리엘이 목소리를 내어주고 고통스러운 몸짓으로 수면으로 올라 가며 꼬리가 다리로 바뀌는 장면은 에니메이션을 보는듯 했고, 눈깜짝할 순간에 지나가 버렸다. 공연이 끝난 후 꿈 속을 길게 거닌 듯 머리속은 멍하고 땅에서 1cm는 떠 있는 무딘 느낌. 극장을 나와 인파에 휩쓸려 현실로 빠져 나오기까지, 감성은 내내 물속에서 게으름을 부렸다.


뮤지컬 후 세 곳의 장난감가게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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