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3일


내게 미국과 한국은 공존하는 세계가 아닌 전혀 별개의 공간같다. 둘 중 하나는 현실이 아닌듯해.
내가 정말 한국에서 살기는 살았던가. 멀고 멀기만 하다. 물론 이런 괴리감은 정서적인 의미이겠지만.
이 정도로 나의 미국살이는 참 ... 그렇다. 
하루 하루 살다보니 미국이 쏘아대는 충격에 점차 둔감해지고 있는거 같은데,
이런 걸 적응이라고 부른다면,난 그나마 적응하고 있는걸까.
 

처음엔 교통법규가 날 당황하게 많이 했었어. 여긴 중앙에 1차선 도로가 하나 더 있거든. 그 차선에선,진입도 하고 유턴도 하는데, 처음엔 갑자기 진입하는 차량들 때문에 얼마나 깜짝깜짝 놀랬는지 몰라.
여긴 또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에선 선입선출이야. 먼저 오는 차량이 먼저 가거든. 누가 먼저 왔나 그 순서를 기억해야 하는데 역시 정신 없었지. 지금은 어느 정도 눈치를 볼 줄 알게 되었지만.
좌회전도 전방에 차량이 오지 않으면 파란신호에서 눈치껏 잽싸게 갈 수 있거든,그것을 못하고 멈칫거리면 뒤차량에서 난리가 난다.  

**아 넌 좀 어떠니? 애들 힘들지. 그러고 보니 H 백일이 지났나보다. 아이쿠~~그것도 모르고 지금 내가 여기 온지 얼마나 됐나 헤아릴려다가 달력을 보니 생각나네. 미안하다. 늦게나만 H 백일 축하해. 네가 고생이 많다... 

J는 5월 25일 방학해서 8월 말 개학이야.  방학동안 어떤 애들 엄마는 여름캠프로 시간표를 꽉 채웠다고 뿌듯해하기도 한다마는 J는 일주일에 두 번 ESL 개인지도 받고(물론 유료 한시간에 $25), 6월에 열흘동안 하루 4시간 ELS 수업나가고(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수업), 7월 말쯤 I랑 수영 10일 다니는 정도로  한가하게 방학을 보낼까 해.  I는 아직 내가 데리고 있고.
I도 어딘가 보낼려면 저렴한 곳으로 선택해도 한달에 $700은 필요해. 등록비 $150 제외하고.
여긴 주로 FULL TIME 밖에 없어 그나마 HALF TIME있는 곳도 FULL TIME과 $100 차이밖에 안나고. 어쨌든 수영 끝나면 보내긴 보내야지. 

엄마랑 아빠는 잘 계신거니? 자주 전화드리지 못해 항상 죄송하다. 

사진몇장 보낼게. 유진아빠가 여름 휴가를 미리내서 금토일 단 3일이지만. 하루 시간 내서 여기 오스틴하고 가까운 산안토니오에 당일로 다녀왔어. 차로 120 KM 쉬지 않고 한 두 시간 마구 밟으면 있는 거리야.  도시 안에 건물 사이로 작은 수로가 있어서 통통배 타고 관람하는 건데,뭐 그다지 신비롭지는 않더라. 수로 사이에 많은 음식점들이 있는데 우린 뭘 먹을지 몰라서 준비해간 감자, 오렌지, 토마토, 바나나 그런거만 차안에서 먹고 왔어. 웃기지? 참! 팝콘 두 봉지 사먹었다.

다른 사람들은 LA, 그랜드캐년 ,디즈니랜드에 갔다 왔다는데, 비용이 $5,000 들었다고 하더라. 3일밖에 안되는 시간에 그렇게 까지 많은 돈을 쓰면서 다녀와야 하는지 난 잘 모르겠어. 미국에 있는 동안 다들 여기 저기 무리해서라도 부지런히 다니는 것 같은데, 난 나중에 휴가 좀 길게 받으면 여유있게 놀다 오고 싶어. 기왕 비행기 타고 가는거 뽕을 뽑아야하지 않겠니! 이놈의 나중에~ 나중에~라는 불확실한 기회를 물고 늘어지는 탓에 실상 내게 여행은 참 멀다. LA나  일박이일 소풍이나. 내겐 나중에라는 말로 떠밀어 놓는 동급 옵션일뿐이야.

언제 또 시간이 나서 오늘처럼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수 있을까. 오늘은 일요일 아침이야. 다들 자고 나만 7시경에 일어나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편지도 쓰고 하는거야. 벌써 9시가 다 됐네. 아침해야지...**아 잘 지내.그리도 다들 보고 싶고,그립다.


이때는 컴퓨터가 2층에 올라가 있어서 컴퓨터 켜는 것도 주간행사 취급하던 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인터넷 안하고 어떻게 살았나 싶다. 사실 못했던 거였구나. 더구나 아이들때문에 외출없이 집에만 갇혀 있었으니 쉽게 처지고,늘상 처량함에 찌들어 살았나 보다. 아이들과 전쟁치르면서 남편 퇴근에만 목을 맸지만, 예외없이 늦는 퇴근에 스트레스 받고. 그땐 11시 전후 퇴근이었다. 그러니 지금의 9시 퇴근은 정말 환상적인 퇴근시간이라 할 만하다. 아침 6시 40분 출근해서 그 시간까지,남편도 힘들었겠지만.나도 죽을 맛이었다. 혼자힘으로 바깥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힘들었던 미국생활 초기에는. 그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오로지 남편뿐인 상황. 그때 생각만으로도 머리 속이 쓰디쓴 부글부글 끓는 약탕기가 된다.

작년 여름 방학은 어떤 캠프를 보내야하는지 잘 몰라서 거의 집에서 놀았는데,이번 여름방학엔 6주간의 캠프를 일찌감치 등록해놓은 상태이고,2주간의 수영캠프도 있다. 중간에 1주는 가족여행을 갈것이고,3주간은 내가 끼고 열심히 한국교육과정 진도를 나갈 생각이다. 평소에도 매주 토요일에 한국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당연 시간이 부족하다. 이번 방학을 규칙적이고,충실하게 이용해야겠다. 일단 기상 시간을 꼭 지키고 오전시간을 학습에 이용하리라.

요즘 한국이 정말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심난하다. 얼마전엔 유괴문제등으로 그런 곳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냐고 교포 아저씨 걱정을 들었는데, 최근엔 또 병든 소 문제로 들끓고 있으니...아무리 죽겠다고 악다구니를 써도 귓등으로도 안듣는 상대와 싸운다는 거. 나 그거 어떤건지 안다. 그 분노.허망.포기.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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