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 깊은 공황상태가 왔다.

우리 가족은 모두 피곤했다. 3박 5일의 일정은 어른,아이 모두에게 버거웠으리라. 하지만 누군가 이 고단한 가족을 집에 데려다 놓아야만 했는데. 그 짐을 질 사람이 나 혼자뿐이었다. 이 사실이 여행후 날 무기력에 빠지게 만들었나보다. 애들 아빠는 폭우와 바람 속에서도 잠을 청했기에,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난 애들 아빠와의 교대대신 주유소에서 한 시간 쉬었다가는 방법을 찾았다.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시속 140k를 기본으로하는 속도는 순간 차선을 벗어나게 만든다.  목숨을 건 공포였다.

3박이라고는 하지만 난 매일 아침, 준비해간 얼려놓은 볶음밥을 녹여 그날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싸느라 6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꼼짝 않고 앉아 주먹밥을 만들었다. 거기다 둘째날 저녁은 불꽃놀이를 보고 오느라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밤12시였다. 그날 먹은 도시락통을 씻고 이것 저것 정리하느라 1시 반이 다되어서야 잠을 청했더랬다.

그곳에서 먹을 먹거리 준비를 3주전부터 했었다. 밥을 해서 틈틈히 팩에 얼려 놓고,과일과 반찬과 얼음물과 음료수.라면.빵.칼로리바.등등  혼자 마음만 너무나도 바빴더랬다. 1주일마다 10k짜리 빈쌀포대가 2주간 나왔으니 준비해간 밥의 양을 쉬이 짐작할 수 있으리. 하지만 이런 준비가 우리 식구에겐 오버된 식단이었다. 이미 다녀왔던 가족의 조언을 듣고 준비해 갔건만 안먹어도 너무 안먹는 우리 식구들에겐 짐일 뿐이었다. 오래 돌아다니는만틈 배들이 고플것이라고 예상했건만..여지없이 빗나간 예상으로 나의 준비는 아무런 빛을 못봤다. 너무나 허탈하달까. 군것질꺼리도 없이 하루 온종일 걸어다니는 우리 가족. 대단타.

운전에 서툴었던 ㅎ엄마. 장거리 여행을 다녀와서는 운전에 자신 붙었다고,떠나기 전 심난해 하는 날 안심시켜줬건만,난 여행후 운전엔 넌덜머리가 나게 되었다. 먹을 것만 충분히 챙겨가면 무난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ㄱ엄마의 말도 우리 가족과는 무관했으니. 한마디로 이번 여행은 내겐 그저 피곤과 실망이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가면서 난 어거지로 일상으로 떠밀렸다. 내내 무기력감으로 아무 하는 일 없이 며칠을 보냈었는데... 아이들 먹거리도 새로 안만들어주고,빨래만 겨우 해 널고,청소나 찔끔찌끔하면서 무겁게 지냈다.

힘들 때 짐을 나누어질 동료가 없어 외롭고 서럽다. 또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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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사람 2008-04-0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잉~ 힘내쇼!!!!!!!!!!!!!!!!!!
힘 되어 드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