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큰 아이 혼자 등하교를 했었다.

아침에 엘레베이터 태워 내려 보내고,뒷베란다 창문으로 손 흔들어 주면 간단히 등교문제가 끝났었다. 작은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면 바로 학교여서 친구들과 어울려 교문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교도 물론 친구들과 어울려 몰려 나오곤 해서 내가 등하교에 신경 쓸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여기 와서 등하교 문제로 꽤나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었으니,이 또한 문화의 차이니 어쩌랴. 내가 뭘 모르고 나 편한대로 하려고 꾀부리다가 받은 눈총이니.

큰아이의 학교는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차로 가려면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위치라서 차로도 10분정도 소요된다. 등교는 항상 차로 시키고, 하교는 날씨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만 차로 뫼시러 간다. 여름 내내 작은 아이와 40도를 넘나드는 그 땡볕을 다 받아가며 걸어서 큰아이를 데려 오곤 했었다. 난 무지 더웠지만 아이들은 그렇게라도 바깥 나들이를 하는 게 좋은지, 내가 차 타고 가자고 하면 대단히 노하곤 했었다.

처음엔 외국인들과 마주치는 것도 굉장히 신경 쓰여서, 새벽 4시 30에 일어나서 머리감고 드라이하고 얼굴에도 좀 찍어 바르고 나가는 지금 생각하면 웃움밖에 안나오는 일과를 2주간 소화했었다. 여기선 동네를 지나 다니다 만나는 사람과도 손 흔들어 인사를 꼭 해야 한다. 친분이나 안면의 있고 없음을 떠나서 만나는 사람마다 방긋 방긋 인사를 해야하니 후줄그레한 차림이나 부시시한 몰골로 돌아다녔다가는 동양인들은 다 저렇다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했다. 거기다 우리 동네 동양인은 딱 두 집뿐이었다.

이렇게 행차 한번에도 신경이 많이 쓰인 끝에 꾀가 난 내가 저지른 짓이 있었으니.

한 번은 비 오는 날 등교 시키면서 큰아이에게 말했다. 방과후에 엄마가 지금 내려준 이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엄마 차 찾아서 이쪽으로 오라고. 약속대로 하교 시간에 난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아이가 저 쪽에서 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아이는 날 못 봤는지 다시 학교 쪽으로 가는 거였다. 그래서 난 아이가 다시 날 찾으러 오겠지하고 차 안에서 그냥 기다렸다. 일 이분 정도 지났을까,애가 안와서 결국은 집에서 입던 그 차림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차에서 내려 아이를 데려 왔다. 그런데 거기서 하교 지도를 하고 있던 선생님한테 한 마디 들었다. 애가 널 많이 기다렸다고. 에구구.

그러고 나서도 정신을 못차린 나는 다음날도 아이한테만 오늘은 엄마 차를 꼭,잘 찾아오라고 다짐 다짐을 하고 다음날도 그냥 차에서 기다렸는데, 그날은 하교 지도 선생님이 내가 앉아서 기다리는 차 앞까지 아이를 데려다 주고 가는 거였다. 허걱!

나중에야 알았는데, 아이가 부모 손에 확실히 양도되는 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아이는 학교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학교의 모든 출입구마다 선생님들이 배치 되어서 아직 부모가 도착하지 않은 아이는 그 선생님 옆에서 부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좀 편할려고 했다가 몇 걸음 걷기 싫어 차에서 애를 기다리는 게으른 부모로 찍혀 망신을 당했으니 참. 챙피한 일이었다. 그제서야 부모들이 왜 주차장에 모두 주차시키고 아이를 데릴러 학교건물 입구로 가 모여있는지 알게 되었다.

차에 탄 상태로 아이를 픽업할 수도 있다. 그럴려면 시동을 건 상태로 줄줄이 줄을 서있어야  하는데 이는 더 못할 노릇인 것 같다.

또,도보로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학기 초에 등하교 방식을 묻는 설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 이때 도보에 동그라미를 치면 부모 없이도 등하교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걸어다니는 아이들은 하교 지도 선생님이 그냥 보내주는 것 보면, 도보 등하교 아이들을 선생님들이 모두 파악하고 있나 보다.

ㅈ엄마네도 아침에 너무 일찍 등교를 시켜서 학교에 불려갔었단다. 아빠가 출근하면서 7시 경에 학교에 내려 놓고 그냥 출근했었던 모양이다. 학교문만 열리고 교실 개방은 아직 안되는 시간이다. 아무리 일찍 학교에 가더라도 7시 25분 벨이 울려야 교실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불은 켜져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들도 계셨을 것이고.교무실 입구 정도에 내려놨었던 것 같은데, 한국에서의 방식대로 별 생각없이 한 일들이 여기서는 문서로 경고 받고, 불려가서 다짐 받을만큼의 큰 실수가 되곤 한다.

또 언제는 아이가 콧물이 나서 시판되는 시럽을 먹고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먹으라고 한 번 먹을 분량의 시럽을 통에 넣어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약을 선생님이 보셨는지,그 약은 압수 되었고,보건실 선생님쯤 되는 사람의 문서 경고를 받았다. 아이한테 학교에 약을 들려보내면 안된다는.

 

아이가 열이 나서 점심시간에 연락을 받고 아이를 데려 온 적이 있었다.  그때도 아이가 열이 날 경우엔 해열제에 의지하지 않고 24시간 동안 열이 나지 않을 경우에만 학교 등교가 허락된다는 문서 다짐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또 경고 받기 무서워,일 주일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적이 있었으니. 여기선 병원 가는 것도 만만치 않고,병원비도 의료보험 적용을 받았은데도 감기 한 번에 40불이 들었었다.

한 마디로 살기 힘든 곳이다.

힘들었던 얘기를 하자면 끝도 없다. 여기 와서 TV를 구입했는데,돈을 지불하고 제품을 받기 까지 2주가 걸렸다. 가구같은 경우엔 서너달씩 기다려야 하는 제품들도 있다. 그런데,하필 문제 있는 제품이 와서 다시 교환 받는 데 한 달이 걸렸었다. 하자가 있는 제품이 왔으니 교환이 필요하다는 접수에만 일 주일.

하자있는 제품을 보냈으면 납작 엎드려 미안하다는 도돌이표를 찍어도, 이미 불붙은 열은 식을 기미가 안보이건만, TV의 문제 상태를 메일로 보내라,사진으로 찍어 보내라,이미 버린 포장박스의 일련 번호를 적어 보내라, 이것 저것 주문만 줄줄이 하더만 며칠 후 직원님이 드디어 행차 하셔서 이것 저것 체크하고 가더니 또,한참 감감 무소식,

정말 세월아 네월아~ 성질 급한 사람은 숨넘어 뒤집어질 곳.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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