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ㅎ엄마의 난데없는 전화.
워낙 평소에 전화통화도 뜸한 사이인지라 난데없는 그녀의 방문 통보는
난장판 집구석 가운데서 해바라기 꽃 접기를 하고 있던 내게 발등에 떨어진 불과 다름없었다.
요즘 난 다음달에 있을 큰 아이 자기소개주간 준비의 일환으로
해바라기꽃 접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을 준비하고,좋아하는 책이나 장난감등을 준비해 가서
하루씩 정해진 테마대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일주일간 발표하는 행사인 것 같다.
기왕 하는 것 예쁘게 정성을 담아 보내고 싶었다.
아이가 혼자 하면야 너무나 바람직하겠지만,
우리가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이 들어,학교에 제출하는 모든 작품?들엔
나도 아이와 함께 최선을 다해서 보내고 싶은 욕심을 부리고 있다.
지난 가을 학기 초엔 자신을 닮은 종이 인형을 만들어 보내야 했는데,
그때 보낸 인형엔 한복을 입히고, 조바위도 씌워 보냈었다.
외국인들은 그 인형이 입은 옷이 한복이라는 것을 알까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직도 이 인형은 큰아이 사물함 앞에 걸려 있다고 한다.
하여튼 집구석이 말이 아이었는데 뜻밖에 손님의 방문으로 초고속 수습을 하고,
나는 ㅎ엄마와 수다를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뒤엉켜 놀았다.
아이 넷은 우리집을 단 10분만에 초토화 시키기에 충분한 인원이더라.
오랜만에 한국 아이 만나니 좋기도 하겠지.
ㅎ엄마는 아이한테 매일 한자 공부,컴퓨터로 영어 듣기, 영어 책 읽기,
수학 공부,일기쓰기 등을 시킨다고 한다. 거기다,일주일에 한 번 피아노와 태권도
또 뭔가 하나,들었는데 기억안나는 과외도 한단다.
매일 일기쓰기 정도와,시간이 허락하면 영어 공부 약간, 수학 조금 등
드문 드문,종종 건너뛰며 듬성듬성 하고 있는 우리집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알찬? 스케줄이다.
ㅎ엄마와 얘기하고 있으면 내가 엄마 노릇을 잘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내가 이런 자극을 받으면 며칠간 우리 아이는 거친숨을 몰아쉬어야 하지만
금방 우리만의 리듬으로 돌아오니 이 또한 더욱 허무하다.
개인차가 있으니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며 살자꾸나까지 되버리는 상황.
but,ㅎ엄마의 아이들은 엄마가 짜주는 알찬 학습 스케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ㅎ엄마는 그런데 영어 개인지도는 하지 않고 있다.
본인이 직접 시키는 것이 외국인 영어 선생님 보다 효과적이라 생각한단다.
그래서 집에서 철저히 공부 시키고 있는 듯.
나도 지난 여름 방학 동안에만 잠시 영어개인 지도를 받았으니,
처음부터 지금까지 주욱 개인지도 받고 있는 이들에 비하면 소극적인 편이었다.
ㅎ엄마나 나나 학교 다니는 것만으로도 영어 노출 환경은 충분하고,
나머지는 책읽기등을 통해 보충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ㅎ엄마는 아이들 관리 뿐 아이라 자기 관리에도 너무나 엄격해 보인다.
여기 오자마자 작은 아이 종일반 데이케어 보내고 자신은 영어 강의 수강하러 다녔으니 말이다.
난 만만치 않은 교육비때문에 작은 아이 유치원도 많이 망설였던 바.
살아 온 얘기들어 보니 자신을 위한 투자엔 과감한 편인 듯했다.
이런 점. 내가 그녀를 닮고 싶은 이유인가 보다.
항상 셋이나 넷이 모여 얘기하다가 단 둘이 얘기할 기회가 생기다 보니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개인사가 많이 나오게 되었다.
나만큼이나 애를 태우며 살았던 것 같아 동병상련이랄까.
아픈 부분을 나눌 수 있는 느닷없는 만찬이었다.
연애시절 남편에게 대학원을 권유하고,학비까지 대주었다는 그녀.
남편에게 유학을 보내주겠다고 했다던 그녀.
어릴 적부터 자립적으로 자라고,탄탄하게 경제적인 독립까지 했던 그녀.
한 단계씩 목표를 세워가며 실천하고 그리고 지금도 준비하는 그녀가 훌륭해 보였다.

큰아이 학교 사물함에 걸려 있는 종이 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