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떨궈진 불안함과 긴장.
그리고 긴 비행시간과 시차때문에 어질어질한 심신으로,
이제 여기가 우리가 살 집이라고 말하던 남편을 따라
두 아이와 내가 문을 열고 들어 왔던 그 날.
그게 지난 3월이니까
여기서 지낸 시간이 어느새 9개월.
중앙차로로 불쑥 끼어드는 차량이 나를 덥칠것 같아 놀랐던 교통법규의 공포,
라디오나 TV를 듣거나 볼 때 영어로 인한 껄끄러운 생소함,
달러를 원화로 환산시켜보는 경제습관,은 어느 정도 훑어 낸 듯하지만
아직도 겔론,쿼터,마일,온스,피트,파운드, 보다는
리터,미터,그램,으로 비교해야 봐야하는 불편함은 내려 놓지 못했다.
아마도 오랫 동안 이 불편은 안고 지낼 것 같다.
요즘은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일기예보를 반드시 주시해야 하는데
화씨 적응은 꽤나 시일이 걸린다.
한동안은 화씨 대비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슬쩍슬쩍 들여다 봐야하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어림직작만 할 뿐이다.
이곳에 봄에 도착해서 세 계절을 살았지만
봄 여름 가을이 아니라, 여름 여름 여름만을 지낸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12월 들어서 가끔 매서운 날이 끼어 들기 시작했다.
아침엔 영상 5도 정도였다가 낮엔 20도 내지 25도가 넘기도하니,
차를 탈 경우엔 난방과 냉방을 아침 저녁으로 번갈아 가며 하기도 한다.
이곳에 와서 서러운 일도 많았지만
이렇게 지난 일을 기록하고 싶은 맘이 생긴다는 건
어느정도의 여유와 적응을 의미하는 것 같다.
오랜 시간 리뷰를 쓰지 않고 지내서인지
지금 이 페이퍼도 한호흡으로 자연스레 써지지가 않는다.
허나,조금씩 짧막하게나마 메모를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