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서서했고, 가만했다. 그 속도가 나는 편안했다.

그 세계에서의 첫 느낌이다.

내가 만나고 있는 그들은 대개가 1930년대 생이다. 


딸기 칠하세요 하고 빨간색 색연필을 쥐어 드리면 딸기를 칠하시고, 

잎을 칠해보세요 하고 초록 색연필을 쥐어 드리면 잎사귀를 칠하신다.

다음엔 빨간 자두를 칠할 차례, 다시 빨간 색연필을 쥐어 드리자

자두 대신 딸기의 완성도를 높인 후 자두로 색연필을 옮기신다.

너무 빨리 색연필을 교체해 드렸던 것. 

시간이 1초간 멈췄다.

(내가 뭘 했던거지?)


칫솔질을  간단하게 하시는구나 했다.

다음 날, 칫솔질을 다시 도우면서 알았다. 

칫솔질 전에 입 안을 헹구기를 원하셨었음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요구하는 대신 그저 칫솔질이 짧아졌다.


처음엔 그들의 순응을 긍정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조금씩 알아간다. 

돕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자의적 판단하에서 도움이 행사될 수 있음을.


그들은 주어진대로, "할수 있음" 을 해내며, 그 유순해 보이는 방식으로  살아 낸다.
그들의 고요는  완전한 긍정이 아니었다. 

거부하는데 에너지를 쓰지 않을 뿐이다.

일방적 도움이 수차례 반복된 후에야 

난 나의 오류들을 은밀히  알아챈다.

점자를 읽듯 더듬더듬.

채점 결과 없는 시험을 치른다.


주간보호센터 봉사 중  서**   어르신의 딸기 색칠 관찰   2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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