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 84. 그의 완주를 지켜 봤다.

무너지는 몸뚱이의 하중과 무릎, 발목의 고통을 알 것 같았다.

주저 앉기를 여러번 과연 뛸 수 있을까. 있을까.

이미 완주했다는 결과는 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음에도 

그가 주저앉을 때마다 달리기 중단이 명백타당해보일만큼 그의 고통은 진지했다.

지금껏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을 그 무시무시한 통증을 그는 담담히 인정하고 여러번 다시 일어 섰다.

하나, 둘, 셋.  일어설 힘만 있다면 그 세 발자국은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는데...

오로지 자신의 발 앞을 주시한 채, 주위의 응원에 눈길 주지 않고 

본인의 레이스에 그 특유의 냉정한 집중력을 보이던 그가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바라본 장면이 있었다.

끈을 잡고 뛰고 있는 두 남성. 기안 앞에서 뛰고 있던 시각 장애인 참가자와 도우미였다.

그들을 추월하며 기안은 몸을 돌려 그들을  보더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인지 신기하다는 것인지  기안의 표정을 정확히 읽을 수 없었으나  

편안한 눈길은 아니었다.

기안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시각 장애인 참가자의 레이스에 난 눈물을 찍어냈다.

그의 한계 극복을 보면서 내가 현재 숨막혀하는 곤란이 순식간에 객관화되었다.

스스로가 부끄러웠고 즉시 나만의 사로잡힘에서 빠져나왔고 괴로움은 사라졌다.


기안은 포기없이 완주 했다.

어쩌면 도전 자체로 충분한 완주의 의미가 있었으리라.

결승점 앞에서 기안의 미소는 갓난 아이의 것처럼 보드랍고 순했다.

그의 달리기는 일등이 아닌 러너들, 

그 절대 다수인 이들의  도달과 성취와 집념과 통증과 인내를 거칠지만 정직하게  담아냈다.

결승점에 집중되어 묻혀있던 그 진가를, 달리기의 감각적 서사를 목격할 수 있는 참으로 드문 경험이었다.


그의 달리기를 떠올리며 난 평소보다 더 힘을 내 13K씩 뛰고 있다.

내 나름 매일의 성취에 기안의 달리기는 동력이, 동행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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