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에 살던 아낙이 어느 하루, 외지인의 방문을 받았다.

집 주인은 먹거리를 내 놓았는데, 방문한 이가 너무 맛있어 하며 돈 드릴테니 좀 파시라고 청했다.

아낙은 무심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


" 못 팔아, 그런데 그냥 줄 수는 있어. 너무 귀해서 돈 받고는 팔 순 없지 "


순박함으로 위장한 이 심오함이 긴 세월 띄엄띄엄 나를 붙드는 이유일까.

누구나 추종하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주류 가치를 전복시키고

강펀치를 날린 집주인의 줏대에 나의 시공간은 일시정지 됐다.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것이기에, 값을 매겨 그것의 가치를 제약하지 않겠다는 배짱.

값이 싸서 무료가 아니라 값을 정할 수 없어서 무료다. 

마음의 고요, 사람을 움직이는 힘 등 정작 중요한 것들은 절대 돈으로 접근할 수가 없고, 가격표나 바코드가 없다.

그래서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그러나 아무나 가질 수도 없다.

물건의 필요보다 물건에 붙은 가격을 다룰 수 있다는 그  순간에 도취된 소비가 과시되고 광적으로 추앙받는 지금 이 시대.

TV 채널을 돌리다 잠깐 스친 이 장면이 해법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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