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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10만 부 판매 기념 특별 한정판, 양장)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42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교실에서 아이들은 혼자임을 두려워한다.
혼자인 건 불편하지 않지만 혼자인 나를 누군가가 바라보는 건 공포다.
홀로인 아이를 응시하는 법을 단련받기라도 하는지 초등 고학년부터 노골성을 띄기 시작하여
중등에 이르러 절정으로 치닫는 교실 안의 가학적 배타성을 딸 아이를 키우면서 속수무책으로 목격했다.
수감자가 출소일을 기다리듯 학년이 바뀌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던 그 막막함이 책을 읽으면서 되살아났다.
소속에대한 강박은 대개의 경우 학년이 바뀌어 아이들이 재조합되면 해소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아이들의 성숙이 교실 안의 배타적인 무리나 노골적인 언행을 쉬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 순화되었던 것 같다. 그저 딛고 넘어야할 과정으로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견딜 수 밖에 없었기에 지금도 그 견딤을 견디고 있을 교실 안의 아이들이 떠올라 새로이 아프다.작가가 그려낸 교실 속 아이 역시, 음악 취향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그 무리가 끔찍하지만
떨어져 나와 혼자가 될 경우 감당해야 할 압박보다는 어떻게든 속해 있는 편이 견딜만하다는 교실 생리를 학교생활 내내 착실하게 학습했기에 등을 보이지 못한다. 읽는 내내 딸아이가 힘들어 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주인공과 함께 절망감을 맛보았고 그 대책없음에 답답했다.
그 또래 아이들에게 친구란 갑갑해도 반이 바뀌기 전까지는 입고 있어야하는 갑옷 정도로 보인다.
또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란 혼자가 되는 것으로부터 날 보호해 주리라는 맹신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굴레 같다. 혼자만 아니면 되니까, 혼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서늘한 직감에도, 부탁들에 복종해가며, 선물을 줘가며 그 무리 속에 발을 대고 있어야 하는 관계들...
주인공은 영화관람 약속에 나가지 않음으로써, 어차피 자신의 좌석은 없었을 것이라고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 후 그 굴레를 벗는다. 그러나 혼자가 되는 것은 텅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나로 채울 수 있는 기회였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취향과 내면을 드러내고 자신에게 집중하자 그런 자신을 좋아하는 이들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토록 맞추고자 자신을 감추고 노력해도 겉돌기만했던 과거 그 무리에선 얻을 수 없었던 공감과 유대를 이제 진짜, 친구들과 형성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장을 위해 껍질을 벗고 새로운 껍질을 만들고 또 벗는 체리새우처럼
나도 나 자신의 한계를 하나씩 극복해 가며 성장하고 싶다.
나이탓을 해가며 성급히 한계를 규정해 내 가능성을 할인하는 일이 더는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