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오식당
이명랑 지음 / 시공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영등포역 시장통. 그 곳에 판자때기 하나 세우는 것으로 경계 시늉만 해놓고 식구처럼,웬수처럼 살아내는 이들의 이야기다. 그네들의 턱 밑에 녹음기를 대 놓은 후 그대로 지면으로 옮겨 놓은듯 팔팔 살아 뛰는 현장 언어가 그득하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없이 먼저 뱉어 놓고 보는 상처말.이 입 저 입 떠돌아 다니다가 몇 켜씩 때를 입은 부푼말.가끔 들어 맞는 덕분에 점점 의기양양해지는 미신말. 자기 뱃속 채우려는 속 구태여 숨기려고도 않는 뻔뻔한 말. 언젠가 내 엄마에게서 들었던 말..너무 너무 지겨워 귀를 틀어 막고 싶은 쓸데 없는 참견말.

죽었다 깨어나도 흉내낼 수 없는 비굴함을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때나 들이대던 (p133) 이들,대부분 막무가내,배째,나 잘났어~ 를 삶의 무기로 살아가는 이들이 이 시장통에 빼곡히 모여 산다.

대체로 긴 문장이 많다.그리고 있어야 할 자리에 쉼표가 없어서 어떤 말을 수식하는지 가끔 되짚어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으나, 역시 말맛을 지대로 볼 수 있었던 글이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 능력으론 찾을 수 없는,아귀가 딱맞는 감정들을 끌어 올릴수 있는 글은 역시 '우리글이야' 라는 아하!가 두둥실 떠오른다. 다만,그들의 내면에 대한 자세한 귀뜸없이 열거되는 얘기, 들리는 얘기들로 주로 이루어져서 좀 아쉽기도 했으나,시장통에 떠도는 이야기라는 것이 다 그렇거니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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