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이블 블랙 캣(Black Cat) 5
미네트 월터스 지음, 권성환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자신은 종잇장 뒤에 숨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에 기대어 오로지 침묵만으로 뇌사 직전의 명예에 호흡을 불어 넣으려던 제임스 로키어 폭스 대령. 그는 사랑하는 아내 에일사를 보내고 외로움과 상실감 비참함에 절어 자신을 삭이고 그 침묵과 함께 스러져 가고 있었다. 이 글은 에일사의 죽음을 풀어 간다.

진실이란 늘 그렇듯 떠벌이 허울 앞에서 몸을 움추려드는 소심한 녀석이라 그 주인을 찾아가기 까지 애를 어지간히 먹인다. '두꺼운 양털 달린 폴로 넥 점퍼에 묵직한 부츠 속으로 집어넣은 건빵바지가 모두 검은색이었다.' 그녀가 바로 키 크고 짧게 깎은 검은 머리와 갈색 눈동자를 지닌 영국 공병대 소속 장교 낸시 스미스 대위로 제임스 대령에게 에너지를 수혈해 줄 뉴 페이스. 제임스의 변호사 마크와 함께 시커먼 욕망의 정체를 밝혀 간다.

듣고 싶은 것만 들리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이런 것들을 단순히 자기 방어 기제로 해석해야 할까. 스트레스 넘치는 세상살이를 하자면 이런 필터 하나 갖고 살면 덜 피곤하겠으나 만약 범행 목격자의 증언이 이런 필터를 거쳤다면 멀쩡한 사람 여럿 잡고도 남을 것이다.

단순할 수 있는 소재를 조밀한 얼개로 몇 겹씩 가르고 묶어 정신을 쏙 빼놓는다. 또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지문인듯도 싶고 독백인 듯도 싶은 표현들이 찬라의 미소를 배시시 끌어 낸다. 가령 ' - 아이구 제임스 대령과 똑같군' ,  '-오 세상에' , '- 또 흑백 논리로군' 

544페이지.어지간한 사전만한 두께임에도 불구 한번에 말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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