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살어? 말어?
오한숙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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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차가웠던 벽에 기대고 앉아 있었던 내게,벼개를 등에 괴어주던 그 마음 하나에 기대어 그와 결혼했다. 그야말로 사랑 하나만 있으면 어떤 문제도 문제될 것이 없을 것만 같았던 시절, 낙관적인 물이 뚝뚝 듣던 시절에.But뜨 결혼은 생활인걸...결혼을 기점으로 둘 사이를 비집고 스믈 스믈 정체를 드러내며 올라온 유리벽들.

다른 부부들의 사는 모양을 보며 나도 웬만한것 같으니 위로도 좀 받고,현명하고 다양한 대처방법을 전수 받았으니 지금처럼 꾹꾹 누르며 사는 건 그만해야겠다는 결심도 좀 하고. 참으로 알뜰 살뜰한 글이었다.

결혼 할 시기가 되어 결혼했다. 그 흐름에 그냥 저냥 떠밀려,나 혼자 거스르면 뭔가 모자란 취급 받게 되는거 아닌가 하는 쓸데 없는 열등감으로 남들처럼 제도로 들어 갔다. 준비 없이,겁도 없이,낭만적인 생각만으로 이제 우린 저녁에 헤어지는 아쉬움은 없을 거라는 꿈에 부풀어서 시~작.

둘의 시간은 결혼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함께 카트 밀며 쇼핑을 한 기억도,외식을 한 기억도 없다. 가뭄에 콩나듯 돌아오는 휴일엔 여기 저기 눈도장 찍어야 되는 의무만 남은 결혼 생활.

4년여만에 아이를 낳고 4년후 또 아이를 낳고,눈코 뜰 사이 없이 지나가는 시간들.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우울감.내가 빠진 내 인생.억울하여라.

" 30대 아내=자식들에게서 벗어나야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떠난다는것 자체가 고역이다.그건 휴가라기 보다 가정주부 일의 야외판,다시 말해 야외 파출부인 셈이다...'

" 40대 아내=부엌이 없어야 ;...40대 아내들은 콘도를 기피한다.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싱크대가 보기 싫어서이다...더위와 모기에 시달릴지언정 방만 있는 민박이 낫다."

내 남자는 "사랑해"라고 사랑을 말로 한다.그러면서도 번번히 다 쓴 두루말이 휴지곽이나 칫솔 케이스,면도날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가 쓰레기통에 버린 재활용품을 꺼내는 건 물론 내 손이다. 내가 느끼는 사랑은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 분리 수거날 새벽 재활용품을 들고 나가는 그의 등짝이다. 베란다로 내다 보면 요즘은 재활용 분리수거 하는 남편들이 부쩍 늘었다. 흐믓하다.

 정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노력하지 않은 부부는 서로 "내가 참고 산다"고 믿으며,서로에 대한 관심 없이 습관적으로 살 뿐이다. 부부관계의 견고함이 아이들의 정서나 지적능력에도 직결됨을 의식해서라도 노력할 일이다. 부디 내 아이만은 나를 닮지 않기를 바란다면 먼저 나를 바꿀 일이다. 내가 내 아이에게 제공하는 육아 환경이,내가 자랐던 육아 환경과 같다면 내 아이가 나를 닮지 않기 바란다는 건 붕어빵틀에서 붕어빵이 안나오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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