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자
실비아 플라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하고 싶은게 뭔가. 난 무엇을 하고 있을 때 행복한가. 단순한 물음 같은데, 내겐 간단하게 내밀 답이 없었던 것 같다. 최근까지 엉뚱한 답을 끌어 안고 떠밀리듯 살았나 보다. 진짜 나는 지금에서야  어렴풋이 발견되고 있다. 그만큼 난 날 기만한 것인가, 시간이 날 혹사한 것인가.

벨자의 주인공 에스더도 스물 갓 넘은 나이에 자기 정체성 앞에 많이 흔들린듯 하다. 그래서 소소할 수도 있는 자극으로부터 와락 무너져 버렸나 보다. 그 추락에 생략이 많이 끼어 들어 읽는이로서는 잠시 의아함을 느꼈다.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진 에스더.  하기 싫은 과목도 무지막지한 의지력으로 홀로 A를 받아 내고야 말았던 그녀. 무서운 의지력을 가진 그녀도 목표 없는 혼란스런 미래 앞에선 극단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수차례의 자살 시도를 하며고,전기 충격 치료를 받는 동안,나도 실제로 두통을 느껴 몇 시간 책을 놓아야 했다. 

벨자는 요절한 젊은 천재 작가 실비아 플라스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그녀의 삶이 불운하다고 여겨서인지 그녀의 글은 그냥 소설이 아니라 다소 엽기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의 고통을 고스란히 내게 전달했다. 죽음 앞의 두려움. 강박적인 열등감. 인간으로 부터 받는 치떨리는 배신감. 위선.처녀성의 신성성. 다소 우울감에 빠져 있는 내게 날 비춰주는 글이었다. 이런 나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나의 어린 아이들도.

나의 아이가 날 찾아 오기 전부터 품었던 한가지 바램이 있다. 나의 아이에게 바라는 한가지. 하고 싶은게 뭔지 확실히 아는 아이

아이의 욕구를 너무 차단하지도 않고,너무 쉽게 응해 주지도 않고, 수용과 거부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타협점을 찾도록 유도해 줘야 한다. 거부 쪽에 치우쳤던 키를 서서히 조정해 가고 있다. 나의 아이가 필요 이상의 좌절감으로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 자존감있는 행복한 어른이 되기를 바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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