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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32살의 오은수가 있다.
대한민국 어디에나 있을 법한 32의 미혼여성.
그리고 27살의 나와도 크게 다르지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결혼적령기의 대한민국 여성.
솔직히 그녀의 삶을 멀찌감치 보면 마음에 안든다.
그녀의 이성관이나, 우유부단한 성격. 버럭 짜증날만한 성격의 소유자.
이건 아마도 그녀의 정신세계를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생각들을 시시콜콜 얘기해주지 않는다면,
난 그저 그런 그녀를 생각하게 될테니...
결혼상대자로는 물론, 오래가지 못할 관계임을 알면서도 그녀는 연하남 청년 태오와의 교제를 시작한다.
내 머리로는 이해 안된다. 그녀의 이성관. 그를 주위에 숨기며 알게 모르게 그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그녀.
짧은 동거로 그가 집을 나감으로써 그들의 관계는 끝.
소개팅으로 만났지만 별 호감을 느끼지 못했던 김영수가 잡지에 나온 걸 보고 연락을 하게된다.
그녀는 수 많은 인연 중에 자신이 놓쳐버린 인연을 한탄하면서 김영수를 만나 그를 알아가게 된다.
하지만 역시 비밀스런 김영수와도 결혼직전까지가서 끝.
뭐 하나 내 마음에 쏙 드는 구석이 없다.
32살의 그녀는 우유부단하며, 뭐하나 꿈을 가진것도 없고, 뭐하나 잘난 것도 없으며, 밍숭맹숭한 그녀의 태도에 난 책을
읽는내내 짜증이 나 있었다.
보통 주인공을 좋아하기 나름인데,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주인공은 또 처음이였다.
하지만, 거의 다 읽어갈 즈음, 문득, 그러는 나는?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7살의 나는 오은수보다 더 잘난 거라곤 나이 조금 적은 거?
또 뭐가 있을까 라는 민망한 생각. 결국 크게 다르지 않는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내 자신을 욕하고 있었던 것. [아니야,
난 오은수처럼 우유부단 하지 않아.]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내가 알게 모르게 상처줬던 그 사람들은?
이라는 생각. [아니야, 난 오은수처럼 32살에 직장을 내팽겨치지는 않을꺼야. 그건 미래없는 짓.] 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오은수처럼 그럴만한 용기는 있는가? 라는.
아아, 결국 난 나를 욕했던 것이다.
27살의 나와 32살의 그녀. 우린 결코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사랑이 저버린 지금, 그녀는 홀로서기를 선언한다.
아니, 그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오은수출판사를 내걸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고, 몇 개월만에 찾아 본 태오의 뒷모습을 보며 당당히 돌아선다.
비밀스런 김영수에게 메일을 보내 먼훗날을 기약한다.
곧 서른 세살이 될 그녀.
아주 조금씩 서서히 달라져간다.
그녀의 주위가, 그녀가.
그리고 곧 스물여덟이 될 나.
나도 조금씩 서서히 달라져가겠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나 조차도 알 수 없도록.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불편하다며 늘 투덜거리곤 한다. 타인과 가까이 있어 더
외로운 느낌을 아느냐고 강변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언제나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줄 나만의 사람, 여기 내가 있음을
알아봐주고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을 갈구한다. 사랑은 종종 그렇게 시작된다.
그가 내 곁에 온 순간 새로운 고독이 시작되는 그 지독한 아이러니도 모르고서 말이다.(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