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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를 한살 더 먹어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양은언니가 선물한 책. 받은지는 이미 오래되었는데, 이제서야 읽게되어
괜스레 죄송!
역시 오쿠다 히데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유쾌한 책.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의 6일 동안의 에피소드를 그려냈다.
대학생인 다무라, 대학교 입학을 압둔 다무라, 광고대행사의 신입 다무라, 어느새 부하직원을 둔 다무라,
스물다섯의 다무라, 서른살의 다무라.
하루하루동안의 에피소드로 18살의 다무라부터 30살의 다무라의 생활을 그려냈다.
풋풋한 대학생인 다무라의 연극부 생활의 하루, 1년 재수하고 도쿄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의 하루,
우연히 들어간 광고대행사의 신입사원으로써의 하루, 세명의 후배사원을 둔 다무라의 하루,
25살의 어머니의 힘에 이끌려 가게된 소개팅의 하루, 몇 일 후면 곧 서른이 되는 다무라의 하루.
하루하루 남과 별반 다르지 않는 시간들을 보내는 다무라의 삶을 옅보면서 내 삶과 비슷한 점도 발견하고,
똑같은 고민을 하며 어느덧 서른살의 문턱에 다다른 다무라를 보고 있자면, 나의 이십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동안 그래, 그땐 그랬지. 그래, 맞아. 그랬어! 라는 공감가득한 감탄사를 내뱉게 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사회생활에 첫걸음을 했던 그날, 대학교 수업을 밥먹듯이 땡땡이 치던 그 시절,
스멀스멀 떠오르는 내 풋풋했던 젊은 날. 그 시절 누군가가 나에게 '젊다는 건 특권이야'라고 말해줬다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좀 더 내 젊은 날 열정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
이 책에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가장 마지막 이야기이다.
곧 서른을 앞둔 다무라가 동갑내기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친구들과 모이는 자리. 그날도 바쁘게 회사일을 정리하고,
애인의 연락도 바쁘게 무시하고 다다른 그 자리. 갑작스런 애인의 선물에 기분이 좋아지고, 곧 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 부담감에, 자신이 아껴온 물건들을 처분하고, 오랫동안 길러온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늦게 나타난 새신랑 친구의 등을
다독이며 동갑내기 친구들이 가득한 그 곳에 모여, 추억을 안주 삼아 그 시간을 즐긴다.
'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 라는 두명의 자식을 둔 서른살의 모리시타 말을 끝으로.
왠지 내가 그 장소에 있었던 것처럼 아련한 마음.
나도 서른이 되었을 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라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했다.
밤을 지나 새벽이 되었을 때, 책을 덮고, 한껏 부푼 가슴을 안고 잠이 들었을 때, 난 분명 좋은 꿈을 꾸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기억은 안나지만^^
여학생들의 차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먹던 것도 관두고 입을 꼭 다문 채 히사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쩐지 무섭게 노려보는
듯한 분위기 였다.
"......뭐야, 그 존경의 눈빛은?"(29)
"젊다는 건 특권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근데 평론가라는 건 본인은 실패를 안하는 일이
잖아? 그러니 안 된다는 게야."(137)
"결혼이란 거, 정말 어려운 관문이야."
한숨과 함께 연기를 토해냈다.
"요컨대 여자의 행복은 결혼으로 좌우된다는 식으로 사회적인
정의를 내리는 게 가장 큰 문제야......"(303)
최근 몇년 사이에 손으로 쓴 서류는 어이가 없을 만큼 깨끗하게 사라졌다. 타워 레코드의 CD와 레코드 판매장 면적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피자를 배달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이 정신없이 변해가고 있었다. 이러다 똥구멍도 남이 닦아주게 되는걸까.
아, 워시레트(Washlet. 일본 비데 등장 초창기의 상품명)가 이미 나왔지, 참(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