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집을 나가버린 엄마를 찾아 어린 형제 둘이서 도쿄로 상경한다.

그런 어린 형제의 모습을 가끔씩 보여주면서,

어린형제들이 만난 일요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보여준다.

모든 인물들은 현재에서 과거를 떠올리며 일요일 하루동안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엔 어린 형제의 '현재'를 보여주면서

막을 내리는 독특한 형식의 책.

 

그곳에는

무엇하나 자기 의지대로 결정하는 적이 없는 남자,

의대생 애인과 헤어진 실업자,

강도를 당한 친구에게 자신을 겹쳐 상상하며 두려움에 떠는 여자,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무뚝뚝한 아버지와 아들,

동거한 남자친구에게 맞으며 살던 여자가 있다.

 

그들이 지내는 평범한 하루. 일요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요일이

그 누구에게는 행복이, 그 누구에게는 아픔이, 그 누구에게는

특별함이, 그 누구에게는 기다려지는, 그 누구에게는 지루함이.

 

나의 일요일은?

 

 


"태양은 말이지,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더 이상 눈이 부시지도 않고, 뭐 아무렇지도 않게 되더라."(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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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6년 제 135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란다.

나오키상 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읽어보고 싶어져

오래전 구입해서, 거의 몇개월에 걸쳐 읽은 책.

이렇게 오래걸릴 정도로 내용이 무거운 건 '전혀'아니다.

그저 내 게으름 때문에...

 

제목 그대로 삼십대의 남자 다다가 작은 심부름집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버스 운행 횟수 세기라던가, 고양이 시체

치우기 라던가..이거 뭐 자신이 직접 해도 될만할 일을

주문받아 처리하는,

말그대로 '무엇이든 해드립니다'심부름 센터.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오는 중 고교동창 쿄텐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세심하고, 성실한, 생각하고 나서 행동으로 옮기는

다다 자신과 달리, 어느새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쿄텐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매번 사고만 쳐서 귀찮기도 하다.

하지만 그를 겪으면서, 그가 곁으로 보기엔 마냥 무뚝뚝하고

표정 없지만, 마음 속은 누구보다도 정 많고,

따뜻한 걸 알게 된다.

 

여러가지 의뢰를 행하면서,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그들.

그리고 치유해 주는 그들.

 

책이란, 무언가를 말해주려고 쓴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무언가를 일깨워주고,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그래서 난 항상 첫페이지를 시작할 때, 이 책에서는

과연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시작할때에도 '이 책은 무얼 말하려는 걸까?'라며,

찾다가 어느새 흥미를 점점 잃어가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중간중간의 긴 공백은 점점 더 책의 흥미를 잃게 했다.

몇개월에 걸쳐 드디어 어제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나를 꾸중했다.

아아아, 읽는 방법이 잘못됐구나. 마음을 닫아놓고는 난,

그들에게서 무엇을 얻으려 한걸까. 하고......

 

애초에, 일상생활에서 오는 행복과 상처, 또 치유함을

난 또 대단한 곳에서 오는 줄 알고, 그것을 찾아헤맨 것이다.

하지만 아니였다.

그들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동의한다.

 

 

잃어버린 것은 완전히 되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에는 기억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야 다다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행복은 재생된다고.
행복은 모양을 바꾸어 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살그머니 찾아온다고. (350)


 

혼자 있고 싶어.

누가 있으면 외로우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몹시 외롭기 떄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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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여섯가지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모리에토님의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유명한 파티쉐의 개인 비서로 일하는 여자의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

아기를 가질 수 없는 한 여성이 개를 맡아 키우게 되는 이야기.

전설속의 레포트 대필작가를 찾아 교내를 누비는 청년의 이야기.

한때 불상 복원사의 꿈을 가졌던 한 가장의 이야기.

과대 광고로 인해 들어온 고객 불만을 처리해 가는 과정에서

패기가득한 청년을 만나면서 자신의 어릴적 꿈을 살며시 끄집어 내는 이야기.

전세계 난민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남편과 그런 그를 기다리는 아내 이야기.

 

단편집은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읽다보면 앞편의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 였는지 갸우뚱 하는 단점이 있다.

 

역시 제일 맛있는 것은 가장 늦게 먹어야 하는걸까?

마지막을 장식했던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공감대 형성이랄까 ㅎㅎ

 

처음 이책을 보고 '바람에 휘날리는 치맛자락?'이라고 잘못 읽어버렸다.

이 책을 덮을때까지 누군가가 그소설 제목이 뭐냐라고 물으면

어이없이 '바람에 휘날리는 치맛자락'이라고...

 

누군가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울어버렸다고 하던데...

난 그저 찡하다고 할까?

가슴 한구석이 말이다.

 

 

나는 그 선배가 부러웠어요. 소고기 덮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 세계가 너무나 확고해서 흔들림이 없었으니까. (123)


 

지금은 고작 번트로 번티고 있지만 말이죠. 별다른 대단한 일도 하지 않고.

하지만 끈질기게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4번 타자가 될 날도 있을 거라고. (311)


 

비닐시트가 바람에 휘날린다.

사나운 한 줄기 바람에 펄럭이고 뒤집히고 구겨질 대로 구겨져서

우주를 춤춘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처럼 무수하게, 아우성치고 있다.

날씨는 절망적이고 바람은 폭력적으로 몰아친다. 바람이 불면 휘날리는 비닐시트,

한없이 날려간다. 돌이킬 수 없는 저편으로 내몰리기 전에 허공에서 그 몸이

찢겨지기 전에 누군가 손을 내밀어 잡아주어야 한다.(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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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과 같다고나 할까.

암리타의 제일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난 맛있는 한그릇의 밥을 먹은것만 같았다.

 

솔직히 처음과는 달리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요시모토 바나나 언니 특유의 신비주의 소설이랄까.

도대체 이 언니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건지,

무엇을 이해하며 읽어야 하는건지, 어떤 생각으로 이 글을 썼는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인지...

요런것들을 저 땅바닥에 내팽겨쳐두고 읽기 시작했어야 했는데...

난 그런것들을 찾느라 이해는 커녕 주인공 이름조차 헤깔리고 있었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보통 책 두께의 두배는 되는 이 책이 반을

넘어갈때즈음에 읽는 방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깨끗한 그릇에, 하나하나 담아가기 시작하니 그제서야 머리에 쏙쏙.

 

이 광대한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사쿠미는 어머니와 어린 남동생, 

사촌 미키코, 어머니의 소꿉친구 준코 아줌마와 함께 살고 있다.

 

사쿠미가 머리를 다치기 전과 머리를 다친 후 변화를 겪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어린 남동생,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위 사람들, 그리고 죽은 여동생 마유의 남자친구 였던

류이치로와 사귀게 되면서 자신의 변화를 느끼고 변화하는 사쿠미.

 

사쿠미의 필리핀 여행에 동참하면서 난 죽어라 필리핀을 그리워했다.

꼭 내가 가본 것 처럼, 그녀가 말하는 푸른 하늘과 바다 내음과,

그윽한 커피향기와 고소한 샌드위치 까지...

꼭 내가 겪어본 것처럼 그것들은 친숙했고, 당장이라도 가방을 메고

그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책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신비하기 그지없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독특한 일상을 담은

책이기도 하다.

도대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건 뭐야? 라고 되물으면서도

마지막은 기분좋게 끝내게 해주신 바나나 언니의 놀라운 능력이랄까.

입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은근히 바나나 언니를 좋아하고 있는거

같다던 동환이 오빠의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난 또다른 바나나언니의 신비주의를 기대하면서,

어느새 이 책이 마음에 들었는지,

투명한 포장지로 책을 싸고 있었다.

 

 

인간은, 마음속에서 떨고 있는 조그맣고 연약한 무언가를 갖고 있어서,

가끔은 눈물로 보살펴주는 것이 좋으리라. (496)


 

우리들이 백만 권의 책을 읽고, 백만 편의 영화를 보고,

애인과 백만번의 키스를 하고서야 겨우, <오늘은 한 번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다면, 단 한 번에 깨닫게 하고 압도하다니, 자연이란 그 얼마나 위대한가.

구하지도 않는데, 그냥 놔두면서 알게 한다. 누구에게든 구별 없이 보여준다.

구하여 아는 것보다 훨씬 명료하게. (176)


 

아아, 인간이란 참 바보스럽지. 살아간다는 것과 그리운 사람과

장소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토록 괴로운 일인데,

애달프고 살은 에는 반복을 계속하는 것일까, 도대체 뭐란 말인가.(355)


 

내년의 지금쯤, 어디에 있을지도 미리 알 수 없다. 그렇다는 걸 잘 알면서,

모두들 잘도 살아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모두들 요령 좋게 연막을 치기도 하고

비켜가기도 하고, 직면하여 대항하기도 하고, 울기도 웃기도 원망하기도

얼버무리기도 한다. 언젠가는 죽는다. 그런 것이 아니고,

전부를 너무 민감하게 느껴 부서지지 않도록.(470,471)


 

그립다 란 말에는 그 자체에 눈이 가늘게 조아려지는 눈부신 울림이 있다.

 

울고 싶은데 울수가 없어서 그런 계기를 찾거나 고르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만나면 처음에는 웃지만,술이 들어가고 잠시 시간이 흐르면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친구가 많다. 그런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있으면, 그러면 어떤 사람이 어떤 작용을 가해와도 괜찮아.

지키는 힘쪽이 강하니까,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하고싶다는 의지쪽이 강하니까.


 

이틀이고 사흘이고 같은 일행이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남녀의 구별도 일거리도 점차 없어지고,
피로한 탓인지 묘하게 기분만 고조되잖아?
돌아오는 차 속에서는 헤어지기가 싫어서,
필요 이상 명랑해지기도 하고,
무슨 얘기를 해도 재미있고 우스워서,
이렇게 사는 인생이 어쩌면 진짜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즐거워지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그들의 존재감이
사방에 잔상처럼 머물러 있어서,
이튿날 아침 혼자 잠에서 깨어나, 아니? 그 사람들은?
하고 멍해 있다가,
아침햇살 속에서 괜스레 서글퍼지곤 하잖아.
여행이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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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야 형제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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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오리언니는 날 실망시키지 않아!

이 분처럼 만남과 이별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분이 또 있을까?

가오리언니의 책은 항상 우울함이 배경으로 깔려있는것 같다.

하지만 또 질질 짤 정도로 우울하지도 않다.

그냥 가방 메고 훌쩍 떠나고 싶은 정도? ㅎ

 

오랜만에 맛본 아주 상큼한 이야기.

형인 아키노부와 동생인 테츠노부는 어릴적부터 여자에게 차이는 건 기본,

잠깐만 바라봤다고 변태라고 낙인찍히는 등,

곱지않는 세월을 보낸 삼십대 아저씨들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놀이와 물건들로 가득한 그들의 집과

사소한 것들에게서 행복을 찾는 그들과 엮이면서

그들을 볼품없는 형제라고 생각해왔던 여자들은

또 다른 즐거움을 찾게 된다.

 

아아아아아, 여기서 요렇게 되서 끝나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들은 무지막지하게

현실적으로 결론지어져버린다.

 

한번 찾아보자.

그동안 무시하고 있던 작은 돌맹이를.

혹시 알까?

그 돌맹이를 사랑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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