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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여섯가지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모리에토님의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유명한 파티쉐의 개인 비서로 일하는 여자의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
아기를 가질 수 없는 한 여성이 개를 맡아 키우게 되는 이야기.
전설속의 레포트 대필작가를 찾아 교내를 누비는 청년의 이야기.
한때 불상 복원사의 꿈을 가졌던 한 가장의 이야기.
과대 광고로 인해 들어온 고객 불만을 처리해 가는 과정에서
패기가득한 청년을 만나면서 자신의 어릴적 꿈을 살며시 끄집어 내는 이야기.
전세계 난민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남편과 그런 그를 기다리는 아내 이야기.
단편집은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읽다보면 앞편의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 였는지 갸우뚱 하는 단점이 있다.
역시 제일 맛있는 것은 가장 늦게 먹어야 하는걸까?
마지막을 장식했던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공감대 형성이랄까 ㅎㅎ
처음 이책을 보고 '바람에 휘날리는 치맛자락?'이라고 잘못 읽어버렸다.
이 책을 덮을때까지 누군가가 그소설 제목이 뭐냐라고 물으면
어이없이 '바람에 휘날리는 치맛자락'이라고...
누군가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울어버렸다고 하던데...
난 그저 찡하다고 할까?
가슴 한구석이 말이다.
나는 그 선배가 부러웠어요. 소고기 덮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 세계가 너무나 확고해서 흔들림이 없었으니까. (123)
지금은 고작 번트로 번티고 있지만 말이죠. 별다른 대단한 일도 하지 않고.
하지만 끈질기게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4번 타자가 될 날도 있을 거라고. (311)
비닐시트가 바람에 휘날린다.
사나운 한 줄기 바람에 펄럭이고 뒤집히고 구겨질 대로 구겨져서
우주를 춤춘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처럼 무수하게, 아우성치고 있다.
날씨는 절망적이고 바람은 폭력적으로 몰아친다. 바람이 불면 휘날리는 비닐시트,
한없이 날려간다. 돌이킬 수 없는 저편으로 내몰리기 전에 허공에서 그 몸이
찢겨지기 전에 누군가 손을 내밀어 잡아주어야 한다.(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