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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 23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라카와 작품스타일을 표현하자면 제목으로 쓴 저 말이 정말 딱 맞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말로 필요한 설정과 복선을 충실하게 되밟아나가는 치밀함과, 액션의 작화도 캐릭터의 표현도 어떻게하면 이렇게 일관성있고 망설임 없이 죽죽 밀고 나갈 수 있는 건지 신기할 정도다. 소년 만화 중에서는 사실 원피스 외에 본것이 없기에 잘 비교는 못하겠지만 원피스만 봐도 연출의 박력이나 스토리, 캐릭터 등이 입이 딱 벌어질만한 작품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냥 우와와 감탄하는게 아닌, 뭔가 다른 감탄사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좀 더 세밀하고 좀 더 섬세하다. 여성이 그리는 소년만화라는 건 이런거구나 그런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해적판 당시부터 보아 온 독자로서 말할것 같으면, 처음에는 그저 귀엽기만 하던 형제가 이렇게까지 성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개무량한 기분이 제일 크긴 하다.
복수에 정신나간 대령님을 어린애(에드)가 뜯어말리는걸 보면서 아아 지금까지의 고생은 괜히 한게 아니구나, 이 아이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친구의 죽음에 눈이 돌아간 대령님이 애달프긴 해도 수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스스로 아픔을 딛고 일어선 에드가 하는 만류였기에 비로소 가지는 그 엄청난 설득력이야말로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이다.
이 작품의 일관성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무식 직선돌파 이런 것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겪어온 일들을 무엇하나 빠뜨리지 않고 현재로 반영시켜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작가는 자칫 대결->레벨업 으로 단순 연결될 수 있는 설정 하에서 분명한 한계를 두고 끊임없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설득력있게 그려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강철 애니메이션팀에게 특별히 요구한 점이 있었는가 라는 질문에 ' 하늘은 날지 않도록 해주세요 ' 라고 했다는 기사가 기억난다. 그렇지. 아무리 연금술이라도 만능은 아니다. 제 아무리 연금술사라 하더라도 인류는 인류다. 분명하게 한계에 대한 선을 긋는다는 점, 그게 마음에 든다.
호크아이 중위가 경애하는 상사의 뒤통수에 총을 겨누고 하는 말 ' 당신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 ' 이 말은 중위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반영되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닌 말이 되버린다. 과거를 충실히 등에 진 이들이 현재를 똑바로 바라보며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서 진지함과 더불어 상쾌함과 통쾌함이 함께 묻어난다. 워낙 샛길 없이 꽉 짜여진 작품이라 연장 같은 건 없을 것 같고 아마도 40권 안으로는 분명 끝날테지만 아쉬우면서도 여기서 진행이 늘어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서운할 것 같기도 하다. 망설임 없이 성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캐릭터와 작가를 독자는 그냥 응원하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