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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ㅣ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 가장 끌렸던 것은 남자의 결정과 행동에 의해 휘둘리는 수동적인 여자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무 대륙기의 서미와 무화나 루나크로니클 시리즈의 신디, 스칼렛, 크레스 같은 주인공을 기대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읽다보니 판타지 로맨스의 여자 주인공이 아닌 헝거게임의 캣니스 애버딘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판타지 '로맨스'인줄 알았더니 '로맨스' 판타지였다.
상대 남자주인공에 대해서는 등장이나 캐릭터 배경이 클리셰로 버무리 되어 있는데, 사실 우리가 저녁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처럼 로맨스 남자주인공의 뻔한 설정은 뻔하긴 해도 꽤나 멋있다. 그래도 난 클리셰가 아니길 바라면서 남주의 동생이 사실은 진짜 남자주인공이길 바랬는데, 그 바람의 결과는...(소설의 후반부에서 그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판타지적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처음에는 주인공이 그토록 반항적인 것을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다. 헝거게임과 비교하자면 캣니스가 어린 소년 소녀들이 강제로 살인게임에 참여하고 캐피톨 사람들이 그것을 유흥거리로 삼는 것에 대해 품는 생각들, 이것은 소설을 읽으면서 충분히 공감이 갔는데 레드퀸은 초반이 그렇지 않았다. 은혈이 말그대로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고 적혈과 다를 바가 없었다면 은혈과 적혈의 신분차가 부조리하게 느껴졌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소설의 묘사를 보면 말 그대로 피부터 다르고 이질적이고 강한 능력까지 해서 은혈이 뛰어난 인종인게 너무 확실해서 '능력에 따른 신분차이'니까 주인공이 그토록 신경질적인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적혈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과 징병제(그렇다고 은혈이 아예 전쟁에 안 나가는 것도 아니다)는 조금 차별적일 수 있었겠지만. 이것은 작가가 반전과 후반부에서 정보를 터트리려고 일부러 꽁꽁 감쳐둔 탓이 조금 있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에 나오는 능력에 대한 진실을 알고나야 이 레드퀸 세계관이 사실 부조리로 가득했구나 확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소설에서 주인공은 세상이 무척 잘못되었다는 심리가 소설내내 묘사되는데 특이하게도 주인공은 글을 못 읽는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점이 이질적이었다. 소설에서 주인공에게 이 세상은 잘못되었어, 라고 가르쳐준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글을 알아서 스스로 깨친 것도 아닌데 혼자 계몽되어있다. 아무래도 그게 주인공의 능력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의 작전 전체를, 혁명 전부를 십대의 사랑이야기에 의존해야 한다는 거야?" 한 번의 입맞춤과 조금 가슴떨리는 연애장면과 그리고 또 주인공의 삽질(더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을거야!)때문에 감질맛이 났던 것도 이 대화 이후로 급변한다. 이 전까지의 내용이 수목드라마였다면 이 후의 내용은 로맨스 블록버스터 영화다.
뭔가 이것저것 주절주절 늘어놓았는데 짧게 말하자면, 애초에 평범한 로맨스 이상을 기대하고 집어들었는데, 그 기대의 이상인 소설이었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사회비판적인 내용이나 스토리의 반전의 놀라움도 그렇고 토탈패키지 로맨스라고 할만하다. 곧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도 발간된다고 하는데 무척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