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홈즈 Miss 모리어티
헤더 W. 페티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이 소설, [Mr.홈즈 Miss 모리어티]가 출간될 것이라는 소식을 처음 sns를 통해 접하고 그때부터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셜록 홈즈의 현대 AU소설이라고만 해도 충분히 두근거릴만한 소식이었는데, 모리어티의 Gender Swap이라니! 셜록과 모리어티가 연애하는 로맨스라니?!!! 셜록의 팬이라고 자부하는(그리고 동시에 로맨스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식을 마다할 사람이 있었을까?
책을 다 읽었기에 하는 말인데 책을 받기 전까지는 이제나저제나 책이 언제 올까 기다리며 두근거렸는데, 막상 책을 받고 나선 약간 '너무 로맨스라서 셜록 홈즈 소설 특유의 추리가 약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을 해버렸었다. 물론 50여 페이지를 채 읽기도 전에 그 생각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로맨스의 비중이 적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리요소가 약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바로 알아차릴 점이자 이 소설의 첫 번째 특이한 점은 소설의 화자가 제임스 모리어티(이 소설 속에서는 그냥 모리라고 한다)라는 점이다. 소녀 모리어티다. 소설에서 모리어티의 불우한 가정사에 대한 묘사가 나오기도  한다. 원작에서 셜록 홈즈의 숙적이었던 모리어티 교수를 연애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동정을 살 만한 설정을 만든건가 싶기도 하겠지만 사실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이것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과 연계되기도 하는데 이 리뷰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는 좀 자제할까 한다. 그렇다면 이 리뷰가 그저 변죽을 울리는 것밖에 안되지 않는가 싶기도 하지만 추리에 대한 리뷰는 스포일러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게다가 이 소설의 장르를 말하자면 가장 앞에 오는 것이 로맨스이기 때문이다. 딱 한가지만 이야기 하자면, 나는 범인을 꽤 빨리 맞춰버렸다. 설마...했는데 범인이었다. 그러니 추리에 대해서는 더 깊게 이야기 하지 않겠다!!
로맨스에 대한 편식이 조금 심한 편이라 많은 수의 로맨스소설을 읽은 편은 아니라서 추리로맨스는 이 소설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죽어나가고 이야기가 심각해지는 와중에도 셜록와 모리어티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가 소설에서 묘사되는 것이 매우 신선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작가만의 캐릭터 해석에 의해 약간씩 성격이나 비중이 수정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원작의 프레임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셜록의 독특한 성격이나 행동, 그의 추리력을 이 소설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왓슨은 예외다. 원작에서 셜록 홈즈의 동료(?)였던 닥터왓슨은 이 셜록과 모리어티 주연의 로맨스 소설에서 완전 조연으로 내려간다. 왓슨의 팬들은 약간 실망할 수도 있겠다. 솔직히 셜록과 모리어티가 연애를 하고 왓슨도 출연한다면 셜록-모리어티-왓슨의 삼각관계를 기대한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이 소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모리어티의 젠더스왑을 통해 가장 좋았던 장면이 두군데 있었는데 그건 인용으로 소개하고 싶다.
"넌 평등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구나?"
"내가 왜 그래야 해? 남자들은 안 그렇잖아. 전 세대에 걸쳐서 남자들은 통제와 권력을 위해 싸워 왔지. 어째서 여자들은 그저 동등해지는 걸로 만족해야 해?" -130p
그는 용감하게 시도했지만, 그 애의 얼굴에 도는 창백한 빛, 그 애의 브래지어가 두 치수나 작다는 것, 다시 눈물을 흘리기 바로 직전에 그애가 배에 손을 얹고 있던 행동조차 결코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가 점점 초조해하고 좌절하기에 나는 힌트를 하나 줬다. "손톱이 깨진 건 아니야." 나는 속삭였다. -240p
소설을 읽어보면 원작의 팬들이 원작과 비교하게 될 요소들과 이 소설만의 로맨스가 매우 잘 어우러져 있다. 셜록 홈즈의 팬이 아닌 사람이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이긴 하지만, 그래도 공원에서 셜록에 모리에게 '미안해'라고 했을 때 셜록 홈즈가 어떤 캐릭터인지 잘 알고 있는 팬이라면 그 감동을 100배, 200배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의 작가 또한 어마무시한 셜로키언이 아닐까 하는 가정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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