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대륙기 1 블랙 로맨스 클럽
은림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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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대륙기 출간전에 네이버에서 연재할때부터 꾸준히 읽어왔어요. 이야기의 전말이 채 드러나지 않은 초반부일때도 여타의 동양풍 로맨스 소설과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정말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달라요. 복선과 반전이 곳곳에 드러나 있는데도 소설의 절정부분까지 감춰진 부분이 많아서 읽는 내내 충격의 연속이었어요. 1회독했는데 아직도 문장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네요. 공들인 글이라는게 느껴질 정도로 곱씹어 되새길 문장들이 많았어요.
연재글 읽을 때도 서미의 팬(?)이었기 때문에 1권을 다 읽고 나서는 완전 희열을 느꼈습니다. 당장 집에 소설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그랬지, 누구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봐봐 서미가 이런 애였어! 하고 자랑하고 싶었어요. 그냥 공주가 되고 싶어서 신분을 바꾼게 아니었어. 친구를 위해서 였다니까!! 그런데 2권 절반이 지나도록 좀처럼 모습도 안 비춰주다가... 망할 놈들한테 몹쓸짓 당하고 후반부에는 사실 무화가 부러웠어!라니!! 작가님!!! 8ㅅ8ㅅ8ㅅ8ㅅ8
이 소설에서 감탄했던 것 중 하나는 인물들의 변화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묘사되었다는 점이에요. 보통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에 대한 인식이 쌓이는데 반전이 있는 캐릭터는 소설 도중에 갑자기 빠밤! 하면서 이미지가 180도 반전된다고하면, 이 소설에서는 중간과정이 있고 모든 변화가 설득력있어서 헐 이게 뭐지?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반전과 복선이 잘짜여진 이야기에서 나타나지 캐릭터 자체의 반전을 강조하지는 않아요. 청목태자 ###라는 것도 엄청 놀라운 사실이긴 하지만..
이제까지 주인공이라고 해도 여성성을 강조하거나 여성인 점을 이용해서 우위를 점하는 로맨스소설은 꽤 봤는데, 여성이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소설은 많지 않았죠. 드디어 오노 후유미의 십이국기같은 소설이 나와서 기쁘네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서미나 당당하게 남자와 무를 겨루는 무화. 정말 멋있는 커플이었어요. 끝내 같이 살고 같이 죽은 서미무화. 반하는 처음부터 얼굴마담처럼 반짝반짝하더니 끝내 용이 되어 기억도 잃고 떠나갔네요. 처음부터 좀 마음에 안들었지만 서미한테 마음줄때 용서해주려고 했더니 용이 되어버렸어요. 대체 이 소설에 남주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최애캐인 서미를 제외하면, 무화의 엄마인 녹옥공주가 매우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집안이 말도 안돼는 예언을 믿고 여아가 태어나는 족족 죽여왔는데 어떤 사정으로 겨우 살아남아서 남동생이 태어나서 자리잡기 전까지 남자처럼 자라와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족쇄에 묶인 것처럼 자유를 봉쇄당하고는 타인에게 휘둘려요. 자기의 의지라는 게 없죠. 그래서 복수하려고 예언이라는 것을 실현하려고 마음 먹어요. 그냥 이 녹옥공주의 삶만 늘어놓아도 여러가지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있네요. 그 외에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여성의 몸에 부여하는 가치매김도 그렇고 여성작가분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내용이다 싶은 것들이 있어요. 로맨스 소설이라고 가볍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담고 있었어요. 이렇게 기대이상의 로맨스 소설을 읽게 되어서 기쁘고 이 작가분의 다른 소설도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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