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빈스키는 레코딩 기술이 앞으로 가져올 변화와 가치를 정확히 이해했다. 일찍이 자동 피아노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그보다 훨씬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전달할 수 있는 레코딩의 출현을 반겼다. - P247

스트라빈스키가 ‘바흐로 돌아가자‘, ‘베토벤으로 돌아가자‘라고 외친 뜻은 그들의 음악을 인용하자는 게 아니었다. 바흐와 베토벤이 그랬듯이 주위에 산재한 스타일을 묶어 새로운 개성을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 P268

제정 러시아 말기에 태어난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발레와 오페라로 시작해, 협주곡과 종교 음악에 이르기까지 평생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음악 가운데 결국 춤이 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수족과 같았던 안무가 조지 발란신이 그의 피아노 협주곡 《카프리치오》와 바이올린 협주곡을 춤으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21세기 최고의 안무가로 꼽히는 이르지 킬리안Jiri Kylián은 《시편 교향곡》까지 안무했다.
‘춤‘ 안에는 이미 음악이 포함돼 있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음악은 춤이다. 스트라빈스키는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었던 작곡가인지도 모른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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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치넬라》의 음악은 스트라빈스키가 이전에 쓴 것과는 전혀다른 동시에 향후 그의 작곡 성향을 가름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바로 ‘신고전주의Neoclassicism’의 탄생이다. 단순히 말하자면 ‘고전으로 돌아가자‘라는 모토였다. 과격한 미래주의나 혼란한 다다이즘, 독단적인 표현주의에 대한 반발로 객관적이고 감상하기 편한 예술을 향한 귀향을 주장하는 운동이었다. - P199

말라르메는 "소네트를 만드는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언어야" 라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스트라빈스키는 베토벤의 위대함은 그의 음악에 있지, 그의 생각이 어디서 왔는가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 P243

1939년은 스트라빈스키 스스로 인생에서 가장 슬픈 시기로 기억한 해였다. - P354

쇤베르크의 음렬 음악이 가져온 파장은 컸다. 쇤베르크는 판을 주도할 수는 없었을지 몰라도, 남의 판을 깨버릴 수는 있었다. 스트라빈스키가 이 카드 판을 이기려면 스페이드의 여왕이나 캔자스에 사는 도로시처럼 훨씬 더 강력한 힘이 필요했다. 그해, 어쩌면 스트라빈스키는 잇따른 가족의 죽음이 가져다준 슬픔보다도 창작력이 마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욱 컸을지 모른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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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사람이 바로 무소륵스키였다. - P140

겉으로 보아 온화한 《나이팅게일》은 스트라빈스키가 《봄의 제전》 이후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은 과도기적 작품이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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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번뇌이고 세상은 번뇌로 가득차 있지만, 번뇌로부터 해탈하는 길을 발견했으니, 바로 부처의 길을 가는 자는 해탈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 P41

그 가르침의 목적은 다른 데 있습니다. 바로 번뇌로부터 해탈하는 것입니다. - P46

하지만 그분은 내게 싯다르타를, 즉 나 자신을 선사해주었어.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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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합본 특별판) 민음 클래식 헤리티지 에디션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1460쪽에 달하는 책을 다 읽어낸 나를 일단 칭찬한다. 같이 읽는 사람들과 챌린저스 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음에도, 걸작과 대작을 써 낸 도스토예프스키. 2021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에게 까지 영향을 주는 대단한 분이다.

많은 등장인물과 별칭이 많은 러시아이름의 특성상 처음에는 길을 잃지 않으려고 적잖이 노력하며 읽었다. 하지만 큰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욕심의 대마왕이며 호색한이다. 두 아내에게 세 아들을 얻었지만 내팽개쳤고, 사생아도 있다.
첫째 아들 드미트리는 아버지와 재산문제를 단판짓기로 한다. 약혼녀인 카체리나가 있지만 아버지가 점찍은 그루셴카에게 반한다. 아버지와 여러모로 갈등을 한다.
둘째 아들 이반은 지식인으로, 신과 종교를 부정하는 무신론자이다. 형을 도우려다 그의 약혼녀인 카체리나를 사랑하게 된다.
셋째 알렉세이는 수도원에서 참된 신앙의 길을 걷는 신실하고 어진 청년이다. 알렉세이는 형들과 아버지를 안타깝게 지켜본다.
사생아로 알려진 스메르쟈코프. 간질 발작으로 고생하지만 암튼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셋째인 알렉세이만 빼면 나머지 인물들은 불안하고 평범치 않다. 알렉세이 하나라도 얌전해야 좀 균형이 맞는다고 해야하나? 알렉세이가 신앙인으로 설정된 만큼 조시마장로에 관한 이야기나 종교에 관한 이야기들이 아주 깊고도 장황하게 펼쳐진다. 펼쳐지는 그의 이야기 속에 허우적거리느라 길을 잃기도 했지만, 도선생님의 대단함을 느꼈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과 증오.
전반적으로 ‘악’에 대한 큰 모티프가 있지만, 그래도 삶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부분들도 많이 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시선도 알렉세이를 통해 보이고 말이다. 마지막부분 재판과정도 길지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또다시 도선생님 대단하다고 새삼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2020년의 마무리와 2021년의 시작을 카라마조프 읽기로 함께 했다. 정말 ‘완독’에 목표를 두고 시작한 책이라 카형제들 이야기의 진수를 제대로 느꼈을리 만무하겠지만, 언젠가 다른책을 돌고 돌아 다시 한 번 읽을 날이 또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선생님 덕분에 두꺼운 책도 읽어냈다는 성취감도 느꼈으니, 앞으로 또 열심히 그렇게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땡큐 도스토예프스키

살구색 하드커버의 벨벳 코팅.
이미 책장에 오래 꼽아놔서 띠지를 제외한 부분은 바래기 시작했고 두 달간 책상위에 올려졌던터라 뒷커버는 때가 많이 탔다. 책을 무척 깨끗하게 보는 편이지만(중고로 다시 팔기 위해ㅋㅋㅋ)
나의 손때와 함께 남은 이 흔적들은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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