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 구조에서 미학까지, 교양으로 읽는 건축물
양용기 지음 / 크레파스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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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은 양용기 교수가 건축가의 시선으로 엄선한 전 세계 48개의 건축물을 자연, 도전, 구조, 미학, 클래식이라는 주제를 담아 엮어낸 책이다.

양용기 교수에게 건축은 자연을 담은 예술품 과도 같으며, 철학, 공간, 시대, 사상등의 시대사조가 담긴 하나의 의미있는 공간으로 통한다. 그리고 그 것을 디자인 하고 짓는 일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작가(장인)의 행위와 일맥상통 하는 것이다.

건축은 표준성에 흡수되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다. 흡수에 대한 저항이 바로 현재성이다. 그의 표현을 분석한다면 표준이라는 것은 곧 과거다. 표준을 따른다는 것은 과거의 연속선상에 있을 뿐 현재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반복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표준을 위반한다는 것은 새로운 창조와 같다고 보는 것이다.

P. 050

작가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미의 기준이 있다 그것이 이 작가의 언(言)이다. 그 의도에 따라 작품이 탄생되었다면 그것이 바로 행(行)이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가 깨달음을 얻고 이에 동조한다면 이는 미를 인식한 것이다.

P. 152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건축이란 '건물'의 금전적 가치가 나에게 얼마의 이윤을 안겨줄 것이며,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맞춰 회전 할 수 있는지에 촛점이 맞춰 성장해왔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건축은 높이만 다른 활용도 높은 박스 같은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돔이노 시스템은 후에 르 꼬르뷔지에의 건축의 5원칙(필로티,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띠 창, 옥상정원)의 기초가 된다. 모든 건축물의 첫 번째로 돔이노 하우스를 최고로 선택한 것은 우리 건축 환경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돔이노 시스템은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각 지역의 고전적 건축 재료와 건설 방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세계 전 지역의 주택 건설 방법을 바꾸며 국제양식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냈다.

P. 055

다양한 양식은 이전의 표준을 위반하는 행위인 동시에 이전 것에 대한 도적이다. 이 도전으로 인하여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맞이하게 된다. 디자인의 역사를 살펴보면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모대(Mode), 다른 하나는 대모대(Demode)다.

이 두가지 현상이 처음 일어나 살아남으면 그것이 양식이 되고 사라지면 유행이 되는 것이다.

인간을 위한 영원성이 이 판단의 기준이다.

P. 051

 

전쟁 이후 무너진 모든 것을 재건하고 그 것을 바탕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표준화 된 시스템으로 건물을 찍어 내는 것이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돔이노 시스템의 표준화에 전세계적으로 획일화 된 건물이 많이 들어서게 되었다. 흔히 우리가 신시가라 불리는 것들이 그런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미의 기준이라기 보다는 실용의 기준이 더 크게 적용 되고 현대의 인간은 유행보다는 양식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왔다. 인간의 능력이 아무리 크고 위대하여도 자연에 비하면 아주 작다. 자연이 파괴되면 우리도 파괴된다. 이렇게 자연의 파괴를 우려하는 각 분야에서 많은 메시지가 등장하고 있다. 건축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치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외침이 되살아 난 듯 건축에서도 자연을 살리고 자연을 품은 건축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단순히 공간을 품고 그 속에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자연을 품고 인간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일깨우는 건축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친자연주의, 친환경적인 요소는 건축에서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되고있다.

P. 019

나는 양용기 교수가 첫장에 소개한 자연 파트가 좋았다.

한국에서만 살았다면 크게 와 닿지 않았을 부분이었는데, 소담하지만 어디서나 자연을 접할 수 있는 발리의 집들이나 풍경을 액자처럼 창에 담은 미국의 집들을 체험하고 난 후 높이만 솟는 건축이 아니라 자연과 어울어질 수 있는 건축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책을 읽으며 문득 10년전 방문했던 코펜하겐 공항이 떠올랐다.

그 안에서의 체류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공간이 주는 느낌은 아직도 여운이 남는다.

우드 톤의 인테리어 때문이었는지, 단차를 최대한 줄여 놓은 곡선의 부드러움 때문이었는지, 공항과 쇼핑몰 그리고 휴식공간의 적적한 조율 때문이었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생처음 방문한 북유럽의 공항은 낯설다는 느낌보다는 외려 편안하다는 위로를 받았다. 여권에 도장을 찍어 주는 출입국 직원이 친절 하지 않더라도 타국의 첫 건물이 이런느낌이라면 꽤 여행이 긍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다.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건축은 어쩌면 기능도 중요하지만 어느 한 부분 감정을 터치해 줄 수 있다면 더 감동적인 건축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립 존스의 글래스 하우스 처럼...

 

건축은 표준성에 흡수되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다. 흡수에 대한 저항이 바로 현재성이다.

P. 177

 

아버지가 직접 손으로 지어올린 낡은 조적건물이 숙제처럼 남아 있다.
과거에 남겨두지 않고 건물이 현재를 살 수 있도록, 봄이 찾아 들면 건물에 저항해 조금은 공간을 손 볼 예정이다.

그런면에서 양용기 박사의 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은 어떤 점을 고려해야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MVRDV의 건축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건축 언어(Stack, Pixel, Village, Activator)를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작업은 블록을 쌓아 올리는 것(Stack)과 같다. 픽셀(Pixel)은 이미지의 초소 단위이며, 픽셀이 모여 집합체(Village)가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집합체들을 다시금 쌓아 올려 활성화(Activator)시킴으로써 완성된다. 일반적인 건축공간이 하향식으로 동서체계가 구성되어 있다면, MVRDV의 건축 공간은 전체 형태에서 공간을 하나의 픽셀 개념으로 보고 집합체를 구성하는 상향식 구성을 보여준다.

P. 066

 

내가 어떤 공간을 만들게 된다면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가 잦은 곳이면 좋겠다.
작은 공간이라도 하나의 픽셀들이 모여 각각의 색을 발하는 MVRDV의 건축언어가 좋다.

 

검정색은 강렬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 여기에 걸맞는 성격의 색이 아니면 그 안에서 개성을 보일 수 없다. 그러나 백색은 추가하는 색 그대로 나타난다. 즉 백색은 자신 외의 다른 색을 더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색을 살리는 색이며 희생하는 색이다. 그래서 봉사나 희생을 하는 많은 직종에서 그러한 의미로 흰색을 사용한다.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백색은 무채색 중 그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색이다. 백색 위에서는 어떤 컬러도 잘 드러난다.

P. 161

 

공간의 색이 흰색이지 않더라도 공간이 담은 의미가 백색이면 좋겠다.

누구나 환영받을 수 있는 색깔, 누구나 거부당하지 않을 공간 그런 공간 그런 건축이 우리의 삶에도 필요하다.

책은 공간이 어떠해야 하는지, 건축이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 책키라웃과 크레파스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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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 9 : 이아손 아르고스 코르키스 황금 양털 - 정재승 추천, 뇌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 그리스·로마 신화 9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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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 [용기]

용기는 올바른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 빛을 발한다.

자신을 이득이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닌 사회적 가치와 이타심이 기본을 바탕이 될 때, 옆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도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떤 일을 도모함에 있어 흔들리지 않는 '목적의식', '도전정신'과 더불어 용기를 발휘한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들도 의외로 어렵지 않게 성취 할 수 있게 된다.
용기는 희망을 불러내고, 희망은 믿음을 불러온다.

​성취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과오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의도가 불순하지는 않았는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도의를 져버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매번 반성하고 뉘우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마음의 의심이 드는 순간 용기는 사라지고, 감사를 잊는 순간 함께하던 사람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이제껏 이룩했던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돌리는 것은 허망한 욕심과 순간의 잘 못된 선택이다.

그리스 로마신화 - 코르키스 황금 양털은 이야기 한다.
리더의 자질은 어떠해야 하는지...
인생의 마지막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한 대리 경험은 인류의 지혜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아 통찰과 발전을 이루는 기본이 되어준다.




"열심히 싸워라. 하지만 절대로 명예의 길에서 벗어나지 마라."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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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병원에 왔습니다 - 잘 몰라서 더 진심인 우당탕탕 취재기
신윤섭 지음 / 동그람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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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게 진심이었다면 알게되는 마음의 울림이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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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병원에 왔습니다 - 잘 몰라서 더 진심인 우당탕탕 취재기
신윤섭 지음 / 동그람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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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년을 키웠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아이를 강아지 별로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보호소에서 유기견을 입양했다. 미국에선 반려동물의 엄마 노릇이 처음이라 많이 부족하기도 했고, 항상 건강해 보였던 개가 그렇게 급작스럽게 떠나버릴 줄 몰랐기에 제법 심한 펫로스 증후군을 겪었다.

아이가 떠나고 1년, 두번째 아이는 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 예전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고민한 후에 입양을 결정했다. 별이 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득 안고서 그 다음 아이를 맞이 하는건 세상에 버려진 많은 아이들 중 하나라도 보듬고 싶은 마음과 아이가 주는 따뜻한 체온을 포기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반려동물 관련 채널을 팔로우하고 되도록이면 많은 책과 기타 자료를 모르려고 하고 있음에도 세상의 이야기들은 계속 업데이트 되기 마련이라 새책들은 사심을 품고 '서평단'에 응모하는데, 이 번에 받게 된 신윤섭 작가의 (잘 몰라서 더 진심인 우당탕탕 취재기) '동물, 병원에 왔습니다'는 작가의 진심과 객관적인 시선이 적절히 버무려져 중심을 잘 잡은 에세이였다. 역시 방송작가!

 


책은 반려동물과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사람에게는 눈물로 답할 것이고, 아직 반려를 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객관적인 정보로 재미를 줄것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먼저 별나라로 떠난 내 반려견을 많이도 아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든을 슬프게 하고 떠나고 싶지 않아. 이든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하는 게 내 삶의 이유니까."

A Dog's Purpos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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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리 어게인 이라고 한국에 상영된 영화 A Dog's purpose (어느 노래 제목처럼 '개, 존재의 이유' 라고 하는게 '개의 목적' 이라는 단도직입의 제목 보다 나을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는 영화 제목을 베일리 어게인으로 바꿨겠지만...) 처럼 럭키도 다시 태어 나길 바란다.

나는 너처럼 착하게 살다가 천국에 갈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너를 보낸 것만으로도 이미 큰 죄를 저지른 것 같아서...
그래서 니가 다시 한번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신윤섭 작가가 이 영화를 책에서 거론 했을때, 나는 자제력을 잃어 버렸던것 같다.

그리고, 곧바로 2연타... 고 신해철 (N.EX.T)의 날아라 병아리!

신윤섭 작가는 희곡의 복선처럼 딱딱 맞는 곳에 딱딱 맞는 효과를 넣어 두었다.

따로 특수효과나 자막 없이도 머리에서 자동 플레이되는.... 방송에서 보여주는 기-승-전-감동-결말의 순서처럼 그렇게 갈피 잃은 마음을 흔들어 재꼈다. 글을 읽으면서 이만큼 마음이 휘몰아쳐 버리다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런 구절들로 눈물 쏙 뽑는걸 보니 천상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무력감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기 마련인데. 어떤 사람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을 평생 기억할 방법으로 몸에 문신을 새기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영원히 함께있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그 모습을 몸에 새긴 것이다. (중략) 생전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과 아이가 좋아했던 장난감으로 불단을 꾸미고는 3년이 넘도록 여전히 추모 중이라고 한다. 펫로스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발버둥인 셈이다.

P. 214 -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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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퉁이 우리 부부는 책에 씌여진 모든 것을 다 한 펫로스 증후군 환자다!
그러니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마음이 많이 끓어 올랐던 것 같다.

갑자기 그리움과 후회와 밀려드는 추억으로 감정기복이 심했던 하루....

펫로스는 묻어 둔다고 덮어지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엄마가 아기를 볼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흔히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는데, 개와 사람 사이에서도 동일한 호르몬이 작용한다고 한다. 강아지를 본 인간에게서 옥시토신이 먼저 분비되고, 강아지가 사람의 옥시토신 냄새를 감지하면 강아지 역시도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눈만 마주쳐도 사랑이 싹트는 사이라는 건데, 놀라운 것은 고양이보다 개에게서 5배나 많은 옥시토신이 검출되었고, 100초이상 눈을 마주쳤을 때 사람의 몸에서는 4배나 많은 옥시토신이, 개에게서도 40%나 많은 옥시토신이 분비되었다고 한다. 저명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기재된 연구결과이니 꽤나 믿을 만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람이 유독 개와 끈끈하고 오랜 유대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반려견은 사람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있으며, 자신의 감정도 표현할 줄 안다.

능히 그러고도 남을 일이다.

P. 220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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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호르몬'이 그리워서 다시 반려견을 보호소로 부터 입양했다.

미국에서 하던대로 1일 산책 3~ 4회(가능하면 산책로를 계속 바꾸어 산책, 비가 오거나 태풍이 불어도 산책을 거르지 않는다. 산책당번은 남편과 교대 또는 함께), 몸무게에 맞춘 영양 사료(AAFCO 기준) 급여 2회, 간식 1회 (5알 이하, 혼자 두고 갈땐 개껌이나 이빨껌 사용), 털의 상태에 따라 7~10일에 1회 목욕, 매일 아침 빗질 1회를 기본으로한 삶을 만들어 주었다. (그동안 당한 입질이 얼마인지...) 또한, 차량 적응 훈련(그동안 받아낸 멀미 토사물이 얼마인지...), 장거리 적응훈련, 영양제 급여, 사회화 훈련 (아이들과 오토바이는 아직도 쥐약) 등을 한다.

물론, 1년에 한번 건강검진과 반려견 등록은 필수!
모든것이 귀찮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이의 눈을 보는 순간 우리는 다시 '옥시토닌'의 노예가 된다. 이 모든 귀찮은 것들을 극복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반려동물이 주는 따뜻함과 행복이다.

 

동물을 반려하든 하지않든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읽혔으면 좋을책이라 '반려동물 추천서'로 권해 주고 싶다. 더불어, 명감과 사랑으로 반려견을 돌봐주시는 수의사 선생님과 함께 일하는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수고하고, 노력하고 계신건 알지만 '감정'이라는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라서 반려인 입장으로 원망도하고 푸념도 늘어놓기 마련이다. 특히 ,내 개가 아플땐 앞뒤 분간이 안된다.
그러니 보호자들로 부터 상처를 받더라도 꿋꿋하고 용감히 이겨내시길!

그대들은 이 세상에 빛과 소금 같은 존재이므로...
 

수의학적 정보와 방송작가의 필력이 합쳐져 시너지를 내는 책 동물, 병원에 왔습니다.
지식습득과 더불어 에세이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려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무력감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기 마련인데. 어떤 사람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을 평생 기억할 방법으로 몸에 문신을 새기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영원히 함께있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그 모습을 몸에 새긴 것이다. (중략) 생전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과 아이가 좋아했던 장난감으로 불단을 꾸미고는 3년이 넘도록 여전히 추모 중이라고 한다. 펫로스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발버둥인 셈이다 - P214

엄마가 아기를 볼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흔히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는데, 개와 사람 사이에서도 동일한 호르몬이 작용한다고 한다. 강아지를 본 인간에게서 옥시토신이 먼저 분비되고, 강아지가 사람의 옥시토신 냄새를 감지하면 강아지 역시도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눈만 마주쳐도 사랑이 싹트는 사이라는 건데, 놀라운 것은 고양이보다 개에게서 5배나 많은 옥시토신이 검출되었고, 100초이상 눈을 마주쳤을 때 사람의 몸에서는 4배나 많은 옥시토신이, 개에게서도 40%나 많은 옥시토신이 분비되었다고 한다. 저명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기재된 연구결과이니 꽤나 믿을 만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람이 유독 개와 끈끈하고 오랜 유대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반려견은 사람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있으며, 자신의 감정도 표현할 줄 안다.
능히 그러고도 남을 일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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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년의 낭만 십대의 원고지 1
이하은 지음 / 주니어태학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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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흡사 10대를 지나며 앓는 유행병과도 같다.

다만, 누군가에게 알려지기는 싫지만 다른 한편으론 누군가 한 명은 꼭 읽어 주었으면 하는 그런 유혹.

돌아보니 나도 편지를 쓰며 낭만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주고 받게 된 국군 장병과의 위문 편지!
처음엔 위문의 의미로 시작했지만 계속 글을 쓰다보니 그 글쓰기가 생활의 일부였던 적이 있었다.

10대의 낭만, 색색의 편지지에 또한 색색의 펜으로 깨알같이 써내려갔던 글.

그 국군 장병과 얼굴을 마주 한 적은 없지만 꿈 많고, 고민 많은 소녀의 글을 읽고 다정한 안부로, 조용한 꾸짖음으로, 따뜻한 위로로 그렇게 군대라는 울타리를 벗어 날 때까지 주고 받은 수많은 글들이 그 때의 낭만이었고, 소녀에겐 수줍은 로멘스였다.

내가 10대 시절 이렇게 작은 로멘스를 꿈꾸는 동안 작가 이하은은 같은 10대를 살면서 같은 편지글로 세상을 뚫어 보는 시선을 담아 멋진 소설을 써내려 간 것이 놀라웠다.




이하은은 글 뿐만 아니라 책 속의 삽화까지 직접 그려낸 재능이 많은 작가다.

나는 2080년의 낭만을 읽으면서 어쩌면 작가의 재능과 새털처럼 많은 날들이 남았음에도 벌써 이만큼 성찰을 이루어낸 젊은 영혼을 동시에 질투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보면서 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거에 발을 묶어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책 속의 주인공 펜시어 처럼 (그리고 어쩌면 나처럼...)

과거에 대한 미련이 현재를 덮치고,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 사건으로 부터 한발 한발 전진해 나가는 펜시어의 모습이 소리없이 가슴을 파고 든다.

 

관찰 (사회적 이휴, 환경문제 혹은 자연 그 자체, 감정적의 변화 타인의 고통 혹은 반대)

문제의 발견 또는 인식 (심리적, 환경적, 사회적)

해결방안 모색 (회피하기, 마주하기, 수렴하기)

해결방법의 세부적 요소 (마케팅, 지인, 친구, 사회적 강자 또는 약자, 도구등)

성장 (자기성찰, 더 나은 사회로의 발전, 화합)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경험해 나가는 과정.

 

나는 최근 자기계발이나 심리적 위안을 주는 에세이들을 많이 읽었다.

예전엔 책과 책의 링크를 잘 발견하지 못했는데, 2080년의 낭만을 읽는 동안 책들 속에 내재 된 공통점들을 발견했다. 어쩌면 책들은 수많은 다른 방식을 통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때문에 어린 작가의 통찰력과 문장력에 감탄하며, 앞으로 그녀가 써내려 갈 수많은 이야기들이 기대가 되기도 했다.

한편으론, 자기계발서 라고 나와 있는 책들보다도 나에겐 더 깊게 동기유발을 가져다 준 책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철학적으로 사고해서 떠나 보내거나 수렴하는 주인공의 모습들이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삶 (각자 삶의 이유와 의미)'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남과 비교하고 방관하고 자포자기하거나 될대로 되라는 식의 삶을 살면서 우울이라는 고통을 겪는다.

 

사실 우리가 비교해야 할 상대는 남이 아니라 과거의 나가 되어야 한다. 과거의 나보다 1만큼 이라도 더 나아가는 오늘을 살고 있다면 그 삶은 허투로 살아 가는게 아닐것이다. 그러나 의미가 있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싼 자연과 환경, 사회와 가족과 친구들에게 봉사하거나 사랑으로 끊임없이 보듬는 연습을 하며 살아야 한다. 그걸 깨달은 테멜다는 아마도 그래서 그날 밤 하늘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네가 직접 편지를 써보면 알겠지만, 손가락 근육을 움직여서 글자를 적는 것과 스크린을 두드려서 문자를 찍어 내는 건 정말 다르단다. 일단 길이도 확연히 다르지! 탁구 치듯이 말에 대한 대답을 단편적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며칠 간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접어서 종이위에 올려놓는거야. 그러니까 내가 편지를 쓰는 동안 사용한 시간과 손가락 근육은 이제 네 거라고, 펜시어. 아무도 뺏어갈 수 없는 고유한 것이지!

그래, 바로 이게 편지쓰기의 낭만이야. - P15

지극히 익숙한 것들이 곁을 떠나고, 과거라는 이름으로 붙잡을 수 없는 비물질적인 존재가 되는 거. 나한테는 정말 슬픈일이거든. - P63

네가 벌렸던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 기억나? 넌 프로젝트가 고등학교에서 졸업을 위한 필수 이수 조건이기 훨씬 전부터 나름의 프로젝트들을 끊임없이 생산해냈잖아. 간단하게 시작하면 센터 새 단장을 위한 벽화 디자인 같은 일들. 나로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사회 운동을 벌일 때도 있었고, 로봇 나무 같은 걸 만들어낼 때도 있었지. 별 특이한 것들에 대해서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보려고 했고, 철학 에세이는 손 가는 대로 그린 낙서처럼 막 쏟아냈고. 그 정도로 세상 모든 것을 들춰보가 다닌다면 지칠 만도 한데, 너는 네 무지를 마주하는 일이 네 생명의 원동력인 것처럼 굴었어. 모르는 걸 발견할 때마다 환희에 차서 말이야. - P88

센터에 있을 때도 기본적인 집안일은 알아서 다 했는데, 선생님은 내가 청소 로봇 관리도 제대로 못할 거라고 의심하시더라니까. 내가 청소 로봇을 망가뜨린 건 십년 전 일이고, 솔직히 말해서 옆에서 부추긴 네 탓도 반은 되는데 말이야. 넌 늘 여기에 동의하지 않지만 아무튼 선생님께 우리는 영원히 아이 같아 보이는 거겠지. - P126

내가 그동안 왜 같은 겨울이 돌아오고, 같은 봄이 지나고, 같은 여름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전혀 모르겠어. 다시 돌아오는 시절은 없는데 말이야. 그걸 불러서세울 수도, 잡을 수도 없고, 재현하려고 하면 시도하는 사람만 힘들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리워하는 거야. 좋은 날들은 떠올리는 것만이 허락돼. - P143

나는 보통 하늘에 눈을 뺏기면 주변에 있는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걸 끊임없이 상기 시켜주는 내 친구 때문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하늘을 보는 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 않은가. 아직 가보지 못한 모든 공간은 오직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아름답고 빛나고 늘 벼로하하는 것들은 모두 하늘에 있다. 어떻게 고개를 들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렇지만 내가 그 밤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평소와는 다른점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 별이나 하늘 같은 걸 제대로 보고 있지도 못했다. 고개는 매일 그랬던 것처럼 위를 향하고 있었지만, 하늘을 보고 있지는 않았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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