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 구조에서 미학까지, 교양으로 읽는 건축물
양용기 지음 / 크레파스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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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은 양용기 교수가 건축가의 시선으로 엄선한 전 세계 48개의 건축물을 자연, 도전, 구조, 미학, 클래식이라는 주제를 담아 엮어낸 책이다.

양용기 교수에게 건축은 자연을 담은 예술품 과도 같으며, 철학, 공간, 시대, 사상등의 시대사조가 담긴 하나의 의미있는 공간으로 통한다. 그리고 그 것을 디자인 하고 짓는 일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작가(장인)의 행위와 일맥상통 하는 것이다.

건축은 표준성에 흡수되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다. 흡수에 대한 저항이 바로 현재성이다. 그의 표현을 분석한다면 표준이라는 것은 곧 과거다. 표준을 따른다는 것은 과거의 연속선상에 있을 뿐 현재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반복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표준을 위반한다는 것은 새로운 창조와 같다고 보는 것이다.

P. 050

작가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미의 기준이 있다 그것이 이 작가의 언(言)이다. 그 의도에 따라 작품이 탄생되었다면 그것이 바로 행(行)이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가 깨달음을 얻고 이에 동조한다면 이는 미를 인식한 것이다.

P. 152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건축이란 '건물'의 금전적 가치가 나에게 얼마의 이윤을 안겨줄 것이며,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맞춰 회전 할 수 있는지에 촛점이 맞춰 성장해왔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건축은 높이만 다른 활용도 높은 박스 같은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돔이노 시스템은 후에 르 꼬르뷔지에의 건축의 5원칙(필로티,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띠 창, 옥상정원)의 기초가 된다. 모든 건축물의 첫 번째로 돔이노 하우스를 최고로 선택한 것은 우리 건축 환경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돔이노 시스템은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각 지역의 고전적 건축 재료와 건설 방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세계 전 지역의 주택 건설 방법을 바꾸며 국제양식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냈다.

P. 055

다양한 양식은 이전의 표준을 위반하는 행위인 동시에 이전 것에 대한 도적이다. 이 도전으로 인하여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맞이하게 된다. 디자인의 역사를 살펴보면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모대(Mode), 다른 하나는 대모대(Demode)다.

이 두가지 현상이 처음 일어나 살아남으면 그것이 양식이 되고 사라지면 유행이 되는 것이다.

인간을 위한 영원성이 이 판단의 기준이다.

P. 051

 

전쟁 이후 무너진 모든 것을 재건하고 그 것을 바탕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표준화 된 시스템으로 건물을 찍어 내는 것이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돔이노 시스템의 표준화에 전세계적으로 획일화 된 건물이 많이 들어서게 되었다. 흔히 우리가 신시가라 불리는 것들이 그런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미의 기준이라기 보다는 실용의 기준이 더 크게 적용 되고 현대의 인간은 유행보다는 양식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왔다. 인간의 능력이 아무리 크고 위대하여도 자연에 비하면 아주 작다. 자연이 파괴되면 우리도 파괴된다. 이렇게 자연의 파괴를 우려하는 각 분야에서 많은 메시지가 등장하고 있다. 건축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치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외침이 되살아 난 듯 건축에서도 자연을 살리고 자연을 품은 건축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단순히 공간을 품고 그 속에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자연을 품고 인간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일깨우는 건축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친자연주의, 친환경적인 요소는 건축에서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되고있다.

P. 019

나는 양용기 교수가 첫장에 소개한 자연 파트가 좋았다.

한국에서만 살았다면 크게 와 닿지 않았을 부분이었는데, 소담하지만 어디서나 자연을 접할 수 있는 발리의 집들이나 풍경을 액자처럼 창에 담은 미국의 집들을 체험하고 난 후 높이만 솟는 건축이 아니라 자연과 어울어질 수 있는 건축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책을 읽으며 문득 10년전 방문했던 코펜하겐 공항이 떠올랐다.

그 안에서의 체류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공간이 주는 느낌은 아직도 여운이 남는다.

우드 톤의 인테리어 때문이었는지, 단차를 최대한 줄여 놓은 곡선의 부드러움 때문이었는지, 공항과 쇼핑몰 그리고 휴식공간의 적적한 조율 때문이었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생처음 방문한 북유럽의 공항은 낯설다는 느낌보다는 외려 편안하다는 위로를 받았다. 여권에 도장을 찍어 주는 출입국 직원이 친절 하지 않더라도 타국의 첫 건물이 이런느낌이라면 꽤 여행이 긍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다.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건축은 어쩌면 기능도 중요하지만 어느 한 부분 감정을 터치해 줄 수 있다면 더 감동적인 건축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립 존스의 글래스 하우스 처럼...

 

건축은 표준성에 흡수되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다. 흡수에 대한 저항이 바로 현재성이다.

P. 177

 

아버지가 직접 손으로 지어올린 낡은 조적건물이 숙제처럼 남아 있다.
과거에 남겨두지 않고 건물이 현재를 살 수 있도록, 봄이 찾아 들면 건물에 저항해 조금은 공간을 손 볼 예정이다.

그런면에서 양용기 박사의 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은 어떤 점을 고려해야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MVRDV의 건축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건축 언어(Stack, Pixel, Village, Activator)를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작업은 블록을 쌓아 올리는 것(Stack)과 같다. 픽셀(Pixel)은 이미지의 초소 단위이며, 픽셀이 모여 집합체(Village)가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집합체들을 다시금 쌓아 올려 활성화(Activator)시킴으로써 완성된다. 일반적인 건축공간이 하향식으로 동서체계가 구성되어 있다면, MVRDV의 건축 공간은 전체 형태에서 공간을 하나의 픽셀 개념으로 보고 집합체를 구성하는 상향식 구성을 보여준다.

P. 066

 

내가 어떤 공간을 만들게 된다면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가 잦은 곳이면 좋겠다.
작은 공간이라도 하나의 픽셀들이 모여 각각의 색을 발하는 MVRDV의 건축언어가 좋다.

 

검정색은 강렬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 여기에 걸맞는 성격의 색이 아니면 그 안에서 개성을 보일 수 없다. 그러나 백색은 추가하는 색 그대로 나타난다. 즉 백색은 자신 외의 다른 색을 더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색을 살리는 색이며 희생하는 색이다. 그래서 봉사나 희생을 하는 많은 직종에서 그러한 의미로 흰색을 사용한다.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백색은 무채색 중 그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색이다. 백색 위에서는 어떤 컬러도 잘 드러난다.

P. 161

 

공간의 색이 흰색이지 않더라도 공간이 담은 의미가 백색이면 좋겠다.

누구나 환영받을 수 있는 색깔, 누구나 거부당하지 않을 공간 그런 공간 그런 건축이 우리의 삶에도 필요하다.

책은 공간이 어떠해야 하는지, 건축이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 책키라웃과 크레파스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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