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 - 박원순의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
박원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종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다양하다곤 하지만, 실제로는 개나 고양이처럼 반려동물로 길러지는 종을 제외하고는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가 참 어렵다. 이와 마찬가지로 직업세계의 다양성도 실제로 체감되는 직업의 수는 크게 많지가 않은데, 단순히 직업을 이야기할 때 회사원, 자영업자, 경영인, 공무원 정도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경향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당장 내가 알고 있는 직업을 나열해보아도 마땅히 떠오르는 명칭이 없는 것을 보면 우리는 과연 직업의 종류나 제대로 알고 자신의 미래를 계획해 가는 것인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그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된 것은, 최근 적성검사를 받고 처방(?)받은 직업들을 살펴보다가였다. 나한테 맞을 만한 직업이라고 100가지가 넘는 직업을 소개받았는데, 이게 뭐하는 직업인지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각 직업에 대해서 간단한 검색을 해보면서, 실제로 우리가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단어 안에 얼마나 다양한 직업명칭들이 들어있는지 알수 있었다.

 직업은 끊임없이 새로 생겨나고 사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이미 존재하는 단어들로 정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제 세상은 자신을 나타낼 명함을 스스로 만드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직업조차도 생소한 이름들이 많은데, 여기서 저자는 또 1000가지의 직업을 소개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 있을까?

​ 먹고사는 원천으로서의 소극적인 직업이 아니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주체적인 직업이 진정한 직업이라고 믿는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현재 존재하는 직업들도 우리의 조상들이 자기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실천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 아니던가?

 직업이 먹고사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라면 선택은 명확하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된다.  (12p.)​

​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직업들은 어쩌면 직업이라는 이름보다는 '아이디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듯 하다. 어떤 것은 20대의 청춘들이 지금 당장 시도하기에는 너무 큰 프로젝트이고, 어떤 것은 수익구조를 상상해내기 조차 어렵다. 직업으로 삼기보다는 단순히 취미나 열정으로 이뤄내야 할 것들도 많고, 어른들의 도움이 아주아주 많이 필요한 아이디어들도 있다. 하지만 위의 핵심에서 생각한다면 이 책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책이 알려주고 싶은 것은 '어떻게 먹고 살래'가 아니라 '너는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살고 싶니'의 문제일테니까.

 맞는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된 것들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금전적인 문제는 계속해서 따라다닐 것이다. (심지어, 분량 채우려고 막 던졌네...하는 아이디어들도 있었으니까....;) 이 책을 허황된 이야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나는 동의한다. 하지만​​여기에 소개된 각각의 아이디어들을 하나의 직업으로 분리해서 보기보단, 세상에는 직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정도로만 이해한다면, '뜬구름 잡는 책'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쨋든 여기 있는 아이디어들이 실현이 된다면, 개개인의 금전적인 문제는 몰라도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겠다는 정도는 사실이니까.)

 나는 이 책을 2016년에야 읽고 있지만, 이 책의 초판 발행은 2011년이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지난 5년동안 이 책에 있는 많이 아이디어들이 실현되었고, 그 중 몇가지는 제법 성공적인 궤도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의 1000가지 아이디어들은 지금은 그저 다듬어지지 못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현되어온 아이디어들을 살펴보면, 분명히 모든 아이디어들에서 (이 책에 소개되지 않은)수익구조들을 만들어냈고,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어쩌면 아직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청춘들보다는 이미 어느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있는 어른들이 많이 읽어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청춘들이 인력과 열정, 그리고 두뇌가 되어주고, 그 뒤에서 어른들이 실현을 위한 금전적, 안정적 뒷받침이 되어준다면 좀 더 다양한 직업, 살기 좋은 세상이 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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