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유니버스 - 전기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글램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세계 최고의 과학이야기꾼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책들은 한순간도 나를 실망시킨적이 없다. 저자의 책들을 읽다보면, 저자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에 해박한지 또는 이 책 한 권을 쓰기위하여 얼마나 다양한 책들을 공부했을지 상상해보는 것 만으로도 놀라울 정도이다. 또 그의 글은 굉장히 쉽고 재미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하여 과학책인데도 불구하고 막힘없이 읽혀지며, 굳이 여러번 되세기지 않아도 기억에 잘 남는편이다. 읽으면 읽을 수록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게 와닿는다.

 

 그런데 중단되는 것이 인간의 전기 공급만이 아니라면 어떨까? 전기력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져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지구의 모든 바다들이 위로 솟구쳐 올라 증발할 것이다. 물 분자들끼리의 전기적 결합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몸 속 DNA분자 가닥들도 서로 뭉치지 않을 것이다. 대기를 호흡하는 생명체 중에 용케 살아남은 것은 있다 해도 금세 질식하게 된다. 전기적 인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공기 중의 산소 분자가 혈액속의 헤모글로빈분자와 결합하지 못하고 쓸모 없이 튕겨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지각을 구성하는 규소와 옅타 물질들을 단단히 묶어주던 전기력이 사라지므로 땅바닥이 갈라져 녹아낼기 시작할 것이다. 대륙판들이 갈가리 찢어져 사라진 빈 공간으로는 높은 산이 무너져내린다. 그때까지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다면 최후의 순간에 태양이 꺼지는 것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태양에서 전기적으로 전해지던 빛이 한 순간 멈춰버리면 세상의 마지막 낮은 캄남한 밤으로 변할 것이다. -14p

 물리학을 전공으로 배워서 그런지몰라도 '전기'라는것이 다양한 곳에 쓰인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기'라고 하면 지루한 수식들과 복잡한 전선들, 그리고 우리의 생활속에 사용하는 다양한 전기제품들만 떠오른다. 금속따위나 반도체라느니 최외각전자가 어쨋느니하는. 그래서 전기의 역사라고 했을때는 또 전보가 만들어진 원리나 전쟁에서 사용된 발명따위가 지루하게 나열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런 이야기는 맞았지만, 시작부터 새로운 사고가 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기가 사라진다면? 단순히 정전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주의 모든 것은 전기력으로 묶여있고, 우리의 신체도 결국은 전기의 힘으로 구성되고 조작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자연스러운 것들이 사라진다는것 자체가 상상이 안되는 부분이지만) 그런 방향까지도 전기의 응용이라는 분야로 소개될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에서 하느님은 검지를 뻗어 아담을 가리키고 있다. 그 검지의 신경 말단에서 분자들이 굴러나와 - 아담의 나트륨 채널을 열어젖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 전기적 자극을 전달하고, 드디어 이 최초의 인간은 신경을 부르르 떨리며 깨어나는 것이다. - 276p

  이 저자의 책이 또 한번 놀라운 것은 독자로 하여금 그다지 반감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신학자들의 입장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아무리 객관적인 어조로 쓰여져있다 한들 '내 생각이 옳은데, 안그래?'하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이공계열의 책들은 그런 느낌으로 책이 쓰여졌을 경우는 그 학문에 대한 환상이나 애정들마저도 산산히 부서트리곤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안타까울 정도이다. 하지만 이 책은 큰 반감없이 읽혀지며, 오히려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수 있게 해주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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