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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민주주의를 이끄는가?
고경민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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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예제로 배우는 웹 표준-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함께 보는 XHTML + CSS 활용가이드
댄 씨더홈 지음, 박수만 옮김, 드류 맥르란 감수 / 에이콘출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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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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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
재미있는 지리학회 지음, 박유진 그림, 박영난 옮김, 류재명 감수, 오기세 추천 / 북스토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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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야기 이산의 책 2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지음, 허호 옮김 / 이산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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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만인고, 신비의 책꺼풀 이야기!

한동안 책을 거들떠도 안보고 지내기도 했거니와, 최근에는 이 책 한권을 무려 두달 동안이나 읽고 있느라고...

작년말 일본어를 시작한 후로 일본에 관한 거라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터라 우연히 이 책을 시민행동 도서관(또는 책장)에서 발견하고는 매일같이 가방에 처박아두거나 테이블위에 올려두거나(^^;;) 하여간 가까운데 두고 쉬엄쉬엄 읽다보니 어느새 두달이 훌렁 가버렸다.

그래서 정말... 정말로 오랫동안 참으로 자주 이 표지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말 그대로 책꺼풀 이야기를 하자면, 돌이켜보니 이 책의 모든 이야기들이 표지속에 다 숨어있었다고나 할까. 화재, 홍수, 지진. 그리고 화재, 홍수... 또 지진. 에도 사람들의 피부에는 진흙냄새가 배어있었고, '보다가 망한다'고 할 정도로 무언가를 보러가길 좋아했다지. 인력거라는 기가막힌 이동수단이 한껏 기량을 뽐내는 사이사이로 전차가 지나가고, 자동차가 빵빵거렸다지.

제목은 『도쿄이야기』지만, 사실은 중세 상업도시에서 근대 도시로 달음질쳐가는 초기 도쿄에 살던 에도 초닌(町人. 장 사치들? 막부에 물건을 대는 저잣거리의...?)들의 이야기. 아니 점차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도쿄도민이 되고, 아시아를 짓밟은 제국 신민이 되고, 다시 헌법을 가진 민주국가의 시민이 되어있던 도쿄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옛날에는 신화였다가 언젠가 땅위에 발을 딛더니 기어이 가격표가 매겨지고 만 삶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랄까.

중반쯤 읽고서야 이 책을 쓴 E. 사이덴스티커라는 미국인이 일본문학을 전공하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번역해 서구에 소개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응, 가끔은 책표지의 날개 부분도 읽고 그러자구. ;; 글이 단순한 시대구분이랄지, 십진분류(^^;)에 의한 체계적인 설명이랄지, 권력구조나 세계사의 흐름과 관련된 설명이랄지 그런 것이라곤 하나도 쓰지 않고 그저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메이지와 다이쇼의 도쿄 거리에 도착한 것 처럼, 그 거리를 함께 거닐며 나눌만한 이야깃거리로 가득차 있는 것이 무척이나 문학적이라고 느껴졌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나보다. 아저씨, 멋지잖아요! (아참, 번역도 꽤 매끄러웠음.)

책을 덮고나서야 현대의 도쿄, 그리고 일본 지도를 뒤적인다. 두달동안 줄곧 책속에서 걸어다닌 그 도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어쩔수 없이, 무의식중에도 서울의 역사를 더듬거려 빗대어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의 수도 이야기
서울처럼 이름부터가 수도인 교토(京都)에는 오래전부터 텐노(天皇; 천황)가 살아왔는데, 무사계급에 권력을 빼앗긴 후 이름뿐인 권력자로 남아있었다지. 실권을 지닌 막부는 교토와 텐노를 그대로 두고 에도(江戶;지금의 도쿄)에서 진짜 권력을 행사해온 거야. 그 막부도 몇백년 사이 권력을 잃게 되니 새 시대를 맞아 부활한 텐노 역시 교토를 그대로 남겨두고 에도로 옮겨오지. (메이지 유신) 그리고 막부의 상징과도 같은 에도라는 이름을 떼어내고 단순히 수도의 동쪽이라는 뜻으로 통용되던 도쿄(東京)를 명칭으로 정하게 되었다나. 하지만,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문제인 경우 일단 두고보는 경향이 있달까? 일본이라는 국명도, 공용어인 일본어도, 국가의 원수도 법적으로 일체 정한 바 없는 나라인 고로, 천황이 언제 정확히 교토를 버리고 도쿄에 정착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에도는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말하는 거며, 언제 그 생명이 끝나 도쿄가 시작된 건지는 누구도 분명히 말할 수 없다는 거야. 메이지 시대 내내, 아니 다이쇼 시대까지도 줄곧 '에도는 죽었다' '에도는 끝났다' 라고 외쳐댔다는 예술가들의 낭만! 짐작이 갈듯말듯...^^

에도는 보아서 망할지도!
"교토는 입어서 망하고, 오사카는 먹어서 망한다"라고 하면, 글쓴이는 에도에 대해 '보아서 망한다'는 말을 쓸 수도 있겠다고 하네. 꽃을 보러 가고, 나무를 보러 가고, 축제와 불꽃놀이, 가부키에 연극에 오페라까지 볼거리라면 가리지 않고 쫓아다닌 에도 사람들의 모습이 진정 흥미로운거다. 왜 일본 관광책자에는 그리도 명소/명물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표절의혹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소재의 대중문화가 발달한 건지 알것 같기도 한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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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흘러야 한다 - 106일간 이라크 희망의 기록
윤정은 지음 / 즐거운상상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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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원앞 공터를 까마득히 채운 사람들이 일제히 ‘총대신 하늘에 손을 내밀고 땅의 평화를’ 구한다. 아이 하나가 버려진 돌판으로 비석을 세운 공동묘지의 작은 무덤에 물을 주고 있다. 그리고, 한 남자가 커다랗게 구멍이 난 2층 건물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윤정은을, 아니 이제 막 새로 산 책의 서너 페이지를 펼쳐보았을 뿐인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의 눈을 볼 때가 가장 슬프다. 전쟁을 목격하고 사막을 넘어 죽음을 본 그 영혼이 입었을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도 슬프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은 너무나 맑아 그 아이러니한 풍경에 가끔 넋을 잃는다.”

(115쪽)


침공 1년, 이라크를 성공적으로 ‘해방’시켰다고 주장하던 미군이 팔루자에서 엄청난 학살을 벌이던 와중인 지난 2004년 봄. 당시 3월부터 6월 사이 정확히 106일간 이라크에 머물며 그곳의 소식을 전했던 윤정은이 자신이 기록한 사진과 글을 모아 책을 펴냈다. 이름하여 “슬픔은 흘러야 한다 - 106일간 이라크 희망의 기록”이다.


기꺼운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아주 솔직히는 의무감으로 책을 구입했다. 두권을 사서 한권은 동행했던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다. 아기자기한 글씨와 그림이 표지를 가득 메운 참 예쁜 책이었는데, 그걸 사든 내 마음은 천근만근이었다. 2년 전 ‘정의’의 이름으로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하던 날, 뒤이어 재건의 명분으로 한국 군대가 그 땅에 쫓아들어가던 날, 그리고 침공 1년 후, 이라크에 정녕 평화를 주겠다던 미군이 팔루자에서 학살을 벌여 한 학교 운동장이 그대로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하고 말았다는 소식을 전해듣던 날, 그날들의 북받치고 떨리는 마음을 또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한해 두해 전쟁의 소식도 지난하고, 반전평화라는 거창한 구호와 달리 뾰족이 뭘 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기지 않고, 당장 닥치는 급하고 중요한 일들도 많고... 그러니 그냥 어서어서 잊혀지기를, 아마도 오십년쯤 전에 우리 사회에도 닥쳤을 그런 괴로움과 아픔이 이제는 수겹의 장막과 망각의 세월을 거쳐 ‘마치 흔적도 남지 않은 듯’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세월이 흘러 그냥그냥 상처가 아물기를 바랬다.


집으로 돌아와서 자꾸만 눈에 밟히는 그 예쁜 책을 한쪽 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느지막이 눈을 떴는데 바로 머리맡에 놓여있는 책. 안타깝게도 그날은 휴일이고 별다른 약속도 없었다. 밥을 한다 청소를 한다 티비를 본다 이리저리 딴청을 부려보다가는 결국 얼마 못가서 책을 집어들고 말았다.


거기, 윤정은의 사진과 글 속에서 이라크의 남자들은 모스크 앞에 그득히 모여 하늘을 우러러 평화를 기원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잃어버린 남편과 자식들의 소식을 찾아 모스크로, 아부그라이브로, 팔루자의 공동묘지로 눈물 흘리며 떠돌고 있었다. 아이들은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이른 아침부터 뙤약볕 아래 좌판을 펼쳤다. 청년들은 먼저 신의 뜻에 따라 목숨을 버리고 천국에 간 이들을 부러워하며 마음 속으로 칼을 갈고 두 팔로 총과 폭탄을 움켜쥐었다.


그 한사람 한사람을 매일매일 일상에서 마주하고, 찾아가 만나고, 눈물없이는 도저히 들을 수 없을것만 같은 기막힌 이야기들을 마른 눈으로 담담하게 듣고 기록하고 뉴스와 보고서를 작성해낸 윤정은 이 사람은 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런 궁금증이 스믈스믈 피어날 때 쯤 그 대답을 직접 듣는다.


“세르민... 사실 나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어요. 타인의 고통을, 심지어 내 맘의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걸 발견하곤 했지요. 당신과 다닌 그 숱한 곳에서도 나는 감정의 흔들림없이 일을 해치우곤 했죠... 당신이 내 앞에서 울 때도, 같이 울어주지 못하는 내가 두려웠어요. 당신을 무감각하게 쳐다보는 내 눈빛을 들킬까봐 무서웠어요... 왜 나는 울지 못하지요?... 나는 정말 사랑했던 것일까요?”

(244쪽 -247쪽)


그건 마치 이 많은 사진과 글을 무심히, 때론 잠깐씩 눈물 글썽이며 넘겨보고 있는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인 듯 느껴진다. 드라마를 보며 눈물 흘리듯 그렇게 남의 아픔을 보며 펑펑 눈물 흘리고 돌아서서 잊어버리는 건 얼마나 쉬운 일인가. 하지만 기록하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넘치는 슬픔을 눌러 담으며 명료한 눈빛으로 그 아픔을 마주하는 일은 매섭고 두려운 일일 수밖에. 어느 순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고통의 증언들이 날것으로 내 가슴에서 파닥거릴까봐, 살아서 펄쩍펄쩍 뛰어다닐까봐” 두렵고 두려울 수밖에. 하지만 윤정은은 기록이 모두 끝난 후,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과감히 걸어두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많은 두려움과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한권의 책으로 갈무리해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는 나처럼 ‘그냥그냥 잊혀지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도 마음 속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용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흔히 ‘전쟁보도’라 하면 누가 이기고 졌으며 몇 명이 죽고 다쳤는지, 온갖 전쟁의 풍광이 수치와 분석자료로 환산되어 전달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윤정은은 자신의 이라크 방문을 “취재”가 아니라 “여행”이라 이름붙이며 “뉴스에는 단 한줄도 나오지 않는” 권력과 전쟁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말한다.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라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이른바 피스 저널리즘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이미 우리 앞에 드러나 있었다.


가슴에 고인 슬픔이 녹아내일 수 있도록,

흘러내려 지켜보는 너도 울 수 있도록,

지금은 조용히 그들을 내버려두어라. 조용히 두어라.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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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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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미국에서 출간된 원본 표지랑 비교해보니 한국어판이 더 우아한 것 같다. 한 꺼풀 벗겨서 양장본 표지를 집어들때의 느낌도 매우 산뜻하다. 한편, 저자가 애초에 붙였으며 그대로 번역된 책의 제목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서로 다른 시선, 그 차이를 밝히는 상당히 흥미로운 이 책의 내용은 아무리 그렇대도 지도라 이름붙일 만한 공간적 구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어. 제목 자체는 매우 근사한걸. ^^a


위 세 가지 그림 중 두가지를 하나로 묶어보랜다. 망설임없이 소와 풀을 묶었다.
(여기저기서 그림 찾아오느라고 힘들었음.. ㅋㅋ)

결과는? 오오... 당신은 매우 동양인다운 사고방식을 가졌군요! 헌데 만약 초등학교에서 이 같은 문제를 풀었고 같은 대답을 했다면 오답 처리되어 나머지 공부를 해야 했을 것이다. 왜냐구? 닭과 소는 동물이고 풀은 식물이거든. 종/속/과/목/... 체계에 따라 나눠줘야지. 아마도 그림에서 항상 풀 뜯는 소를 보고, '어머, 소가 풀을 뜯고 있구나!' 하는 엄마의 말씀을 들으며 소라는 동물을 배워왔던 어린 마음에는 큰 상처가 될 지 모른다. ㅠ.ㅠ

1.
빵 반쪽이라도 있는 것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다수에 대항하는 소수는 반드시 패한다.
예를 드는 것 자체로는 증거가 될 수 없다.

2.
지나친 겸손은 절반의 교만함이다.
적보다는 친구를 조심하라.
인간은 쇠보다 강하지만 파리보다 약한 존재이다.

더 맘이 끌리는 속담들을 골라보란다. 음.. 아래쪽이다. 논리적 모순이고 어쩌고를 떠나 삶의 지혜가 담긴 말씀들이니 어찌 부인할 수 있으리오!

리처드 니스벳과 그 제자들이 다양한 사례를 통해 검증한 바로는 동양인(중국과 중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문화 - 한국과 일본)과 서양인(유럽문화권) 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며, 그 차이는 단순히 피상적인 '문화적 차이'만이 아니라 현시대 동서양 의 삶의 조건을 규정하는 데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학문의 기본이요 논리의 기초로 떠받들어지는 모순률, 배중률, 삼단논법 같은 훌륭한 장치들도 때에 따라서는 어지간히 바보같은 소리조차 아무 문제없이 주절거릴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학교에서는 왜 가르쳐주지 않은 것일까? ㅜ.ㅜ (이미 2천여년 전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이 보여준 바 있다!) 거북과 아킬레스의 경주 따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하 웃긴 했었지만 논리와 합리로 무장한 인터넷 상의 논쟁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가치도 뼈대도 없는 패러독스로 끝날때가 얼마나 많았던지.

책에 따르면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해 누구보다도 놀라워하고 감동한 사람은 역시 '서양인' 중에 많을 것이고, '동양인'은 '그래, 내 그럴 줄 알았지' 라고 반응할 가능성이 크단다. 서양이 언젠가 도래할 유토피아를 꿈꾸었다면 동양(중국)은 그 옛날 존재했던 태평성대, 요순시대로 돌아가기롤 소망했듯, 세상 모든 일이 서양인에게는 '발견'이되 동양인에게는 '재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맞다. 사고의 차이와 그로 인한 실생활의 경계선에 대한 니스벳 아저씨의 이야기들은 대개 그럴 듯 하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그만한 건 나도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히히히....

ps.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바로 제일 처음 읽었던 헌사의 첫 줄인데, 그 내용은 이렇다. '나는 가끔 다른 저자들의 서문을 읽을 때마다, 거기에 언급되어 있는 사람들이 저자의 말처럼 정말 그렇게 큰 공헌을 했을까 하고 궁금해하곤 했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언급하는 이들은 정말로 이 책의 탄생에 중요한 공헌을 했으며, 그중 몇 분은 결정적인 공헌을 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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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여, 오라 - 아룬다티 로이 정치평론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혜영 옮김 / 녹색평론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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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일때문에 만나게 된 어떤 친구로부터 불쑥, 도움 고맙단 인사와 함께 받게 된 이 책. 그다지 내가 해 준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되려 무언가 더 해 주어야만 할 것 같은 사명감까지 느끼게 해 주었던 선물이다. 그런데 참, 쑥스럽게도 되었다. 괜시리 제목에 의미를 두겠다고 9월에 맞춰 읽어봐야지 하고 미루다가 11월 가량 되어서야 부라부랴 책을 집어들더니, 마지막 장을 덮은지 서너달 지난 지금에야 겨우 독후감이랍시고 몇글자 끄적이고 있지 뭔가.

"1999년 3월 나는 나르마다 강 계곡으로 갔다. 나는 나르마다 강 계곡이 한 사람의작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확신하면서 돌아왔다. 단순히 작가가 아니라 소설가가 필요하였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소설의 소재로서는 지나치게 품격이 없는 것으로 보여도, 소설가다운 솜씨와 열정으로 여러 분리된 부분들을 통합하여 일관된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소설가 말이다. 나는 나르마다 강의 이야기는 바로 현대 인도의 이야기라고 믿는다." (7쪽)

재생지로 만들어진 작고 가벼운 이 책의 표지에는 가녀려보이면서도 도전적인 눈빛으로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로이의 사진이 있다. 조심스레 내놓은 첫 소설 한 편으로 하루아침에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 사람. 하지만 폭발적인 찬사속에 세계 곳곳으로 강연여행을 다니며, 불어나는 저축예금에 어리둥절하는 생활에 파묻혀가는 이 신예작가를 번뜩 깨어나게 한 이야기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인도 나르마다 강 유역에서 벌어진 "나르마다 바차오 안돌란" 즉, 나르마다 지키기 운동이다.

지역개발을 명목으로 추진된 엄청난 댐건설 계획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수십만 주민들이 스스로 전개한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메다 파트카와 같은 걸출한 활동가를 배출하며 뿌리를 내려 온 이 나르마다 운동과 만나면서 로이는 '인도에서 매우 인기없는 인물'이자 동시에 '국가가 아니라 강과 계곡에서 사랑을 받는 작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나르마다의 이야기는 인도 뿐 아니라 전세계를 휘어감고 있는 개발지상주의에 대한 강력한 이의제기이자 생명과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무엇을 위한 개발이며 누구를 위한 이익인가? 장기적인 이익이라는 허울속에 단기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그 아래 힘없이 모든 것을 빼앗기는 이는 누구인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사회는 결코 일정한 보상금과 이주정책으로 복제, 이동시킬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모든 진실을 숫자와 그래프로 치환시키고 있는 관리와 자본가들이, 바로 목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도 결코 그 허름한 집을 포기하지 못하는 지역주민의 현실을 어떻게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아룬다티 로이는 생계를 위한 투쟁을 벌이는 지역주민 뿐 아니라 이렇듯 감수성도 진실을 보는 눈도 갖지 못한 이들을 변화시키는 데에 현시대 작가의 역할이 있음을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실천으로 옮긴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작가에서 하루아침에 지식인들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한몸에 받는 돌연변이로, 순수한 작가정신을 상실한 정치적 야심가로 낙인찍혀 급기야는 재판정을 들락거리는 상황에 처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진정한 작가이자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오늘날 인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문제'가 아니고, 우리들 중 일부가 제기하고 있는 쟁점들은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것들은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엄청난 정치적/사회적 격변입니다. 이런 사태에 누군가 관여하게 되는 것은 그가 작가나 활동가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관여하는 것입니다. 내가 이 상황에 대하여 글을 쓰는 것은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에 대한 공적 논쟁의 비전문화야말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전문가'들에게서 우리의 미래를 다시 낚아채와야 할 때입니다. 공적 문제를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언어로 질문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또한 일상적인 언어로 하라고 요구할 때입니다." (38쪽)

이것을 과연 무어라 해야할까? 마음의 울림, 생명의 환희로부터 분출되는 저항의 욕구. 존재에 대한 무한한 긍정과 신뢰에서 출발하는 비판과 대안. 팔레스타인, 칠레, 미국, 이라크... 그 많은 아픈 기억을 담은 우리 시대의 9월에 당당히 손을 내미는 로이의 강렬한 눈빛 속에 담긴 바로 '이것'. 이것을 무어라 하든 오늘 우리가 가진 생명력은 모두 이것으로부터 출발하며, 다시 이것으로 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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