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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평점 :
이 책.. 미국에서 출간된 원본 표지랑 비교해보니 한국어판이 더 우아한 것 같다. 한 꺼풀 벗겨서 양장본 표지를 집어들때의 느낌도 매우 산뜻하다. 한편, 저자가 애초에 붙였으며 그대로 번역된 책의 제목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서로 다른 시선, 그 차이를 밝히는 상당히 흥미로운 이 책의 내용은 아무리 그렇대도 지도라 이름붙일 만한 공간적 구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어. 제목 자체는 매우 근사한걸. ^^a
위 세 가지 그림 중 두가지를 하나로 묶어보랜다. 망설임없이 소와 풀을 묶었다.
(여기저기서 그림 찾아오느라고 힘들었음.. ㅋㅋ)
결과는? 오오... 당신은 매우 동양인다운 사고방식을 가졌군요! 헌데 만약 초등학교에서 이 같은 문제를 풀었고 같은 대답을 했다면 오답 처리되어 나머지 공부를 해야 했을 것이다. 왜냐구? 닭과 소는 동물이고 풀은 식물이거든. 종/속/과/목/... 체계에 따라 나눠줘야지. 아마도 그림에서 항상 풀 뜯는 소를 보고, '어머, 소가 풀을 뜯고 있구나!' 하는 엄마의 말씀을 들으며 소라는 동물을 배워왔던 어린 마음에는 큰 상처가 될 지 모른다. ㅠ.ㅠ
1.
빵 반쪽이라도 있는 것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다수에 대항하는 소수는 반드시 패한다.
예를 드는 것 자체로는 증거가 될 수 없다.
2.
지나친 겸손은 절반의 교만함이다.
적보다는 친구를 조심하라.
인간은 쇠보다 강하지만 파리보다 약한 존재이다.
더 맘이 끌리는 속담들을 골라보란다. 음.. 아래쪽이다. 논리적 모순이고 어쩌고를 떠나 삶의 지혜가 담긴 말씀들이니 어찌 부인할 수 있으리오!
리처드 니스벳과 그 제자들이 다양한 사례를 통해 검증한 바로는 동양인(중국과 중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문화 - 한국과 일본)과 서양인(유럽문화권) 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며, 그 차이는 단순히 피상적인 '문화적 차이'만이 아니라 현시대 동서양 의 삶의 조건을 규정하는 데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학문의 기본이요 논리의 기초로 떠받들어지는 모순률, 배중률, 삼단논법 같은 훌륭한 장치들도 때에 따라서는 어지간히 바보같은 소리조차 아무 문제없이 주절거릴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학교에서는 왜 가르쳐주지 않은 것일까? ㅜ.ㅜ (이미 2천여년 전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이 보여준 바 있다!) 거북과 아킬레스의 경주 따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하 웃긴 했었지만 논리와 합리로 무장한 인터넷 상의 논쟁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가치도 뼈대도 없는 패러독스로 끝날때가 얼마나 많았던지.
책에 따르면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해 누구보다도 놀라워하고 감동한 사람은 역시 '서양인' 중에 많을 것이고, '동양인'은 '그래, 내 그럴 줄 알았지' 라고 반응할 가능성이 크단다. 서양이 언젠가 도래할 유토피아를 꿈꾸었다면 동양(중국)은 그 옛날 존재했던 태평성대, 요순시대로 돌아가기롤 소망했듯, 세상 모든 일이 서양인에게는 '발견'이되 동양인에게는 '재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맞다. 사고의 차이와 그로 인한 실생활의 경계선에 대한 니스벳 아저씨의 이야기들은 대개 그럴 듯 하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그만한 건 나도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히히히....
ps.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바로 제일 처음 읽었던 헌사의 첫 줄인데, 그 내용은 이렇다. '나는 가끔 다른 저자들의 서문을 읽을 때마다, 거기에 언급되어 있는 사람들이 저자의 말처럼 정말 그렇게 큰 공헌을 했을까 하고 궁금해하곤 했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언급하는 이들은 정말로 이 책의 탄생에 중요한 공헌을 했으며, 그중 몇 분은 결정적인 공헌을 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