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스푼의 시간 (리커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이 사랑스러운 세탁로봇에게,
어쩌면 인간보다 인간다운 은결에게
무한한 애정을 넘어 애착을 품게 되었음을 고백 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앞에 두고 슬픔에 젖었다.
그의 이별에 관한 소회가 실은 독자인 내게도 해당하기에
푸른 세탁 세제 한 스푼이 물에 녹아 사라지는 것을 보며 주저앉았던 은결의 절망 같은 무너짐에 눈물을 흘리지않을 심장이 있을까?
우주 속 별 것 아닌 한 점에 불과한 인간의 삶 앞에서 불멸 아닌 불멸에 가까운 생를 다하는
은결의 헌신과 의리,
어쩌면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헌신에
이 겨울, 12월의 날들이 따뜻해 졌다.
아이가 훗날 자라 그 약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대도, 그는괜찮을 것이다. 그는 어쩌면 아이가 자라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완전히 멈출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이가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그는 인간의 시간이 흰 도화지에 찍은 검은점 한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그 점이 퇴락하여 지워지기 전에 사람은 살아 있는 나날들 동안 힘껏 분노하거나 사랑하는 한편 절망 속에서도 열망을 잊지 않으며 끝없이 무언가를 간구하고 기원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것이 바로, 어느 날 물속에 떨어져 녹아내리던 푸른 세제 한 스푼이 그에게가르쳐준 모든 것이다. - P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