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다시 읽으며 발견하는 새로운(사실은 늘 거기 있었지만) 문장에 숨을 멈추고 몰입하고 생각에 빠지는 순간들에 대하여는 끝도 없이 떠들수 있다.
그녀가 살았으면 하고 그는 바랐지만, 동시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그는 의문했다.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버리려 했던 순간은 인생의 코너 같은 거였을 것이다. 아무도 그녀를 도울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강제로 고기를 먹이는 부모, 그것을 방관한 남편이나 형제자매까지도- 철저한 타인, 혹은 적이었을 것이다. 지금 그녀가 다시 깨어난다한들 그 상황이 변해 있을 리는 없다. 이번의 시도는 충동적이었지만 그녀는 다시 시도할 수도 있다. 그때에는 좀더 주고명밀하게 모든 것을 진행해, 이렇게 방해받는 일 따위는 없을 수도 있다. 그는 차라리 그녀가 깨어나지 않길 바라고 있다는 것을, 다시 깨어난다는 상황이 오히려 막연하고 지긋지긋해, 눈을 뜬 그녀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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