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의 책을 거의 일주일 가까이 걸려 읽어치웠다. 재미없는 만화책이 아님에도 징그럽게도 읽히지가 않았다. 뭐, 집중할 수 없는 사정도 있고 오래 전에 읽은 적이 있는 것이기도 해서 호기심이 반감하니 후다닥 읽을 수가 없었다 해도, 일주일은 너무했다.

그런데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를 받자마자 번개같은 속도로 읽고 나자 어쩐지 허망한 것이 아닌가. 이게 소설인가 만화인가라는 정체성의 의심부터 들만큼 디자인과 내용이 파격이긴 했다. 읽는 내내 낄낄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만화책을 읽나보다 단정할 정도로 휙휙 페이지는 넘어가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시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할머니의 그만 자라는 성화라니. 덕분에 스트레스가 확 풀리긴 했다. 무슨 스트레스를 받았냐고 물어도 딱히 이거다 싶은 것은 없지만, 일상의 묵은 때가 벗겨진 것만은 분명하다.
1권에서는 기상천외한 아버지의 말과 행동에 기겁을 하는 초등학생 지로에게 적잖은 공감과 동정을 하며 이 콩가루 집안이 장차 어찌될까 싶어 잔뜩 신경을 곤두세웠더랬다. 그러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아버지의 대단한 이력들과 과격한 정의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었다. 과격하고 극단적이긴 해도 그의 말은 옳았다. 너무 당연해서 까마득하게 잃어버렸을 뿐. 국가 없는 게 낫고, 학교 다니지 않아도 바른 인간이 될려면 된다. 백인백색의 인간들을 하나같이 똑같은 모양으로 제단하여 학교라는 감옥에 밀어넣는 지금의 교육 행태, 끔찍하다. 세금, 내면서 억울한 적 많았다. 국가라는 기관이 너무 거대해서 차마 반항을 못할 뿐이지 누군들 기쁜 마음으로 낼까. 세상은 집단에 속하지 않으면 왕따 당한다. 그래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석에 끌려가듯이 여기 저기의 숱한 단체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 안된다. 혼자, 개인을 인정해 주지 않는 풍토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꽁꽁 묶여 사는 가여운 족속. 조금 다르게 살라치면 괴물 취급을 당하고 말지.